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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자율과 거리 멀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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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자율과 거리 멀다(사설)

입력
1993.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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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부가 29일 확정한 시중은행장 선임방식은 시중은행 운영방안 등 근본문제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과도기적 미봉책으로 볼수밖에 없다. 정부는 「신경제 5개년계획」에서 시중은행장 인사의 자율화 문제와 관련하여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되 공공성이 확보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힌바 있는데,발표된 시중은행장 선임방식은 「자율」보다는 「공공성 확보」에 압도적 비중을 둔 것이다. 또한 정부가 시중은행에 대해 누리고있는 지배권의 포기를 얼마나 싫어하고 우려하는가를 반증하는 것이다.재무부의 새로운 시중은행장 선임방식은 지금까지는 정부가 은행장을 바로 지명하여 주주총회와 이사회의 승인을 받도록 했던 것을 은행들이 「은행장 추천위원회」를 설치,이 위원회로 하여금 은행장을 추천토록 바꾼 것이다. 물론 추천된 은행장이 주총과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은 지금까지와 다를바 없다.

그런데 은행장 추천과정이 완전히 정부의 관장아래 이뤄지게 되있어 정부의 의중인물이 아니면 추천받지 못하게 돼있다. 사실상 현행의 정부임명제나 별로 다를게 없을 것 같다. 우선 「은행장 추천위원회」의 9인 위원들은 ▲전임행장 3명 ▲주주대표 4명 ▲고객대표 2명으로 돼있다. 전임 행장은 퇴임이 최근인 순서대로 3명을 선발하는데 비위로 퇴임한 자는 제외된다. 주주대표 4명은 대주주 대표와 소액 주주대표 각 2명으로 하고있고 고객대표 2명은 기업고객과 개인고객 각 1명씩으로 돼있다.

재무부측은 위원 선임에 공공성이 반영되도록 한다는 명분아래 확대이사회가 은행감독원이 설정한 선임기준에 따라 위원을 선임하고 또한 선임된 위원이 그 기준에 부합하는지의 여부를 은행감독원과 협의하도록 했다. 뿐만이 아니다. 은행감독원은 이사회에서 선임된 은행장에 대해서 「은행장 자격기준」에 미달한다고 판단하는 경우 해당은행에 대해 은행장 해임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즉 은행감독원은 은행장 선임에 대한 거부권을 갖고있는 것이다. 정부측은 필요하다면 그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게 2∼3중의 보호장치를 쳐놓은 것이다.

김영삼대통령은 관련부처들에 대해 『은행장 인사에 관여치 말라』고 지시한바 있다. 그러나 「은행장 추천위원회」 제도아래에서 대통령의 명령이 얼마나 충실히 지켜질지 두고볼 일이다. 이 제도는 은행감독원이 의도하는 인물이라야 은행장에 선임되도록 돼있는 것이다.

정부는 시급한 금융 현대화계획을 올해부터 서둘러 추진할 계획이고 또한 그래야하는 입장이다. 금융의 자율화,국제화,대형화가 과제다. 여기에서 주요한 하나의 대전제는 산업자본(재벌그룹)과 금융자본의 분리다. 「은행장 추천위원회」제는 복잡한 한국적 금융상황이 낳은 정부의 고육책이다. 운영의 묘를 살려 인사의 자율화 등 금융자율화의 신장에 기여하도록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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