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들에 「파리에어쇼」 불참 설득/불선 “미,전략적 적국 간주” 비난프랑스 정보기관이 미국의 산업정보를 조직적으로 훔쳐내고있다는 미중앙정보국(CIA)의 비난으로 양국간에 산업스파이 논쟁에 불이 붙었다.
경위는 이렇다. 미사일과 인공위성·헬기를 생산하는 미국의 대항공업체 휴즈사가 지난 26일 오는 6월11부터 파리근교서 열리는 국제에어쇼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보잉,록히드사 등 다른 항공사들은 참가는 하지만 비행시범은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미언론들이 보도했다.
미우주항공사들의 이같은 방침은 CIA의 충고에 따른 것이다. CIA는 최근 프랑스정보기관인 DGSE(대외안전총국)가 미국의 산업정보를 훔쳐내기 위한 강도높은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첨단산업체들에 경고했다. 특히 파리 에어쇼를 미국의 항공 및 군수우주정보를 빼내는 기회로 삼고있다는 정보를 각 항공사에 전하고 파리에어쇼 불참을 설득했다.
휴즈사와 마이클 암스트롱 회장은 『CIA로부터 받은 정보는 매우 신빙성이 높고 타당하다』고 말한 것으로 월 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CIA의 이같은 정보는 올해초부터 미국 언론사에 뿌려지고 보도된 프랑스 정보당국의 괴문서에 뿌리를 두고 있다. 출처가 불분명한 이 21장의 문서는 프랑스 정보당국이 90년에 작성한 것으로 보도됐다. 여기에는 프랑스가 정보수집의 대상으로 하고있는 미국의 항공사 등 49개 제조업체와 24개금융업계,6개 연방정부기관의 명단이 실렸다. 또 프랑스가 관심을 가져야할 기술정보 및 미국산업체의 신제품개발,판매전략 입수,정보요원 투입과 비밀탈취 등에 대한 행동지침도 포함돼 있다.
익명자로부터 이 문서를 전달받은 마이애미헤럴드지가 4월중순 처음 이를 기사화했다. 워싱턴주재 프랑스대사관은 즉각 이 문서가 프랑라스정보기관에 의해 작성됐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디고 반박했다.
불어로 작성된 이 문서는 CIA에도 우편으로 배달된것이 확인됐다. CIA는 프랑스정부에 대해 어떠한 공식적인 항의를 하지는 않았으나 첨단업체들에 프랑스의 산업스파이행위에 대한 브리핑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휴즈사가 파리에어쇼에 불참을 통보하자 프랑스 항공업체 단체는 에어쇼가 스파이 행위에 관련있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그리고 참가하지 않으려는 미국업체들이 통상 사용하는 술수일 뿐이라고 비난을 되돌렸다.
프랑스 정보당국과 언론은 미국 업체들과 CIA의 행동에 대해 두가지로 분석했다. 프랑스를 비방함으로써 국제경쟁력을 악화시킴과 동시에 현재 미의회에서 논의중인 CIA의 예산증액과 활동강화를 정당화하기 위한 미국의 교묘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제임스 울시CIA국장은 지난 2월 상원정보소위에서 산업정보 활동의 강화를 역설하고 우방국에 산업스파이를 침투시키는 나라가 있다고 말했었다.
미국과 프랑스는 오래전부터 치열한 산업첩보전을 벌여온 사이다. 90년엔 CIA와 DGSE가 첩보활동과 관련한 신사협정을 맺기까지 했다. 특히 우주항공산업 분야에서는 두 나라가 양보할수 없는 경쟁을 해왔다. 그러나 올해들어 프랑스는 아랍에미리트와 대만에서 미국업체를 따돌리고 레크렉 탱크와 미라주 전투기 판매계약을 따내 앞서나갔다.
르몽드지는 28일 당시 프랑스협상대표가 미국경쟁업체로부터 암살위협 편지를 받았다고 보도하면서 미국의 파리에어쇼 방해공작엔 음모가 있다고 비판했다.
양국간 산업첩보 논란은 스파이행위에 대한 확인과는 관계없이 국익을 지키기 위한 보다 고도의 차원서 전개되고 있다. 냉전의 종식은 기술선진국간에 산업첩보전쟁이라는 보이지 않는 전쟁을 촉발시키고 있는 것이다. 르몽드지는 미국이 프랑스를 「전략적 적국」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파리=한기봉특파원>파리=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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