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유착」 대형비리 노출 소지/“공평성에 의혹·부작용” 지적도신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된 금융계에 대한 사정이 청와대와 검찰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일파만파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금융계는 물론 금융당국·정치권까지 불안기류에 휘말려들고 있다.
금융계는 사정의 심도가 깊어지고 대상이 확대될수록 대출커미션 등 단순한 금융비리는 물론 금융기관과 감독당국 사이의 유착관계,금융권과 정치권의 밀월관계 등 의외의 파문을 몰고올 대형 복합비리가 백일하에 드러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사정당국에 의해 드러난 금융비리사건중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남아있는 것은 서울신탁 보람 제일 등 3개 시중은행장 문제. 지난 3월18일 김준협 당시 서울신탁은행장이 전격적으로 옷을 벗은데 이어 그 다음날인 19일에는 이병선 보람은행장,4월14일에는 박기진 제일은행장이 자진 사퇴했었다.
이들은 모두 공식적으로는 건강 등 일신상의 이유로 물러난 것으로 돼있지만 구시대 실력자들과 두터운 교분을 바탕으로 여러가지 큼직한 일을 은밀하게 꾸민 사실이 당국에 포착돼 강제사직당했다는게 금융가의 정설이다. 이들은 구시대 실력자들과의 얽히고 설킨 관계로 아직도 사정당국의 내사를 받고 있으며 내사결과에 따라서는 정치권과 재계·금융계를 연결하는 3각 복합비리가 백일하에 드러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검찰 등 사정당국은 일단 동화은행외에 다른 시중은행에 대한 수사는 더이상 없다고 밝혔지만 투서 등으로 비리가 드러나면 언제든지 조사에 착수한다는 단서를 달고 있는 것도 이들 은행장 문제가 완전히 매듭지어지지 않았음을 방증해주고 있다.
또다른 사정기관인 감사원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은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27일 은행감독원 부원장이 사례비 5백만원을 받은 사실을 적발,해임조치토록 했다. 은행에 대한 사정이 감독기관에까지 확산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동화은행 사건을 수사중인 대검 중수부는 이 은행의 비자금 조성을 묵인해준 혐의로 재무부와 감독원 관계자에 대한 조사가 있을 수 있음을 부인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은행에 대한 조사는 당연히 감독관청으로까지 확대될 소지를 안고 있는 것이다. 감사원은 28일 이와는 별도로 국책은행에 대한 정기감사에 착수했다.
이날부터 5월15일까지로 예정돼있는 상업은행 감사에 이어 주택은행 등 다른 국책은행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가 결산자료와 업무전반에 관한 정기감사에 불과하다고 밝혔지만 결과에 따라 또다시 금융가를 사정의 태풍권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
다만 감사원은 지난 3월말부터 4월14일까지 실시한 국책은행에 대한 특별감사는 완전히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특별감사결과 비위혐의가 확인된 은행감독원 부원장을 포함한 3명에 대한 징계를 해당기관에 통보했으며 더이상의 처벌대상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금융계에 대한 사정은 현재 검찰의 3개 시중은행장에 대한 내사와 동화은행에 대한 수사,감사원의 국책은행 정기감사 등 모두 세가지 경로로 진행되고 있고 당분간은 지속될 전망이다.
해방이후 고질화된 금융계의 정·경 커넥션의 연결고리를 이번 기회에 잘라버리고 금융내부의 대출부조리 등 온갖 비리를 쓸어내야 한다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사정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투명하고 공평한 잣대가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3개 시중은행장이 옷벗은 이유가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당사자도 입을 다물고 있는 것도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들 은행장을 퇴진케 한 주체가 누구인지도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소문만 무성할 뿐이다. 또 왜 동화은행만 수사를 받느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은행장을 몰아낼 정도면 비리가 있었을텐데 정작 비리혐의가 있는 은행은 왜 수사대상에서 제외시키느냐는 지적이다. 또 사정당국의 공표대로 투서에 입각해 수사를 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투서만 하면 누구나 몰아낼 수 있다는 풍토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계의 사정한파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바람에 은행마다 오해살만한 기업대출을 기피,중소기업이 자금난을 겪고 있는 은행자금이 사정의 사각지대인 증권시장으로 썰물 빠지듯 이동하는 등의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 과거의 환부를 도려내고 은행이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 사정은 지속돼야 마땅하지만 옥석을 가리기 위한 보다 신중하고 절제된 잣대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이백규기자>이백규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