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이 진급을 결정하고,그 뇌물은 안방에서 아낙들 손으로 거래됐다. 이게 어느 왕조시절의 얘기인가. 이렇게 케케묵은 구태의 매관매직이 첨단장비와 현대적 조직체계를 자랑하는 우리 군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을 어떻게 믿을 수가 있는가.경력과 지질에 흠결이 있는 줄을 세상이 다 아는데도 불구하고 나보란듯이 진급한 지휘관이 통솔하는 군부대를 상상해보라. 지금 표면화하고 있는 군의 진급비리는 법률적·도의적 차원에서 단죄되고 문책될 문제일뿐 아니라,군의 구조와 생리를 근본적으로 왜곡시켜 사기와 전력을 훼손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큰문제를 제기한다.
당연히 진급될만한 사람도 진급의 대가를 상납해야만 했고 정상적 과정으로는 진급대상이될 수 없는 사람도 「값」을 내고 높은 계급을 사서 달 수 있었다면 그러한 조직안에서 군의 가치관이라할 지휘,명령체계가 어찌 엄정하게 확립될 수 있었겠는가.
군편제의 효율화가 지속적인 과제로 돼있는 상황에서 편제이전에 원천적으로 지휘관 계급의 적격여부 문제가 잠재해 있었다면 아무리 뒤늦었더라도,아무리 환부가 크더라도 일벌백계가 아닌 백벌백계로 군을 위해하는 요소를 있는대로 모조리 뿌리뽑아야 한다.
물론 지금 매일처럼 터져나오는 갖가지 문제점들은 하루 이틀에 생긴 것이 아니라 3공 5공 6공을 통해 오랜기간 누적돼온 것이 새 정권의 개혁분위기를 타고 일시에 노출되는 것이다. 그럴수록 정밀하고 신중한 진단과 옥석을 가려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흔히 군지휘부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는 군의 기틀을 동요시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그동안 군에 대한 쇄신을 주저해온 주요한 이유가 되어왔다. 그러나 일부 지휘부의 부패를 가려두고 방치하는데서 생길 수 있는 조직전반의 허탈감이나 동요는 보다 더 절박하게 경계해야할 사안인 것이다.
그동안 권위주의 정권들이 치부의 노출을 꺼려해서 부패부위를 눈감아왔다면 그 때문에 순수하게 국토방위의 직분에 전념해온 대다수 군 구성원이 느꼈을 회의나 좌절감은 이 기회에 싹 씻어주어야 한다.
흔히 말하는 양심선언,또는 투서나 고발이 생기면 마지못해 끌려다니며 수습노력을 하는 관행을 우리는 적지않게 보아왔다. 지금은 언제 어디서 누가 또 어떤 문제제기를 할는지 몰라서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기왕에 해묵은 문제점들을 깨끗이 정리하기 위해서는 해군과 공군만이 아니라 우리 군의 대부분을 점하는 육군도 군의 존재양상을 튼튼히 다지는 안보차원에 입각해서 먼저 발벗고 나서야 옳다. 누적된 병폐와 숙정과제를 스스로 찾아 바로잡는데에 국민과 납세자들이 납득할만한 노력을 보여야 할줄 안다.
군의 다시 태어남은 곧 나라 안보의 복원이다.
구성원들이 보람을 느끼고 긍지를 가지는 군,그것은 군 스스로가 이룩해줘야 한다. 사랑받는 국민의 군대를 우리는 다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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