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미,북 핵시설 줄곧 위성감시/WP지 추적과정 보도배경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미,북 핵시설 줄곧 위성감시/WP지 추적과정 보도배경

입력
1993.04.29 00:00
0 0

◎사찰전 은폐과정 촬영… 개발부인 「북기만」 폭로/“맹목적 핵보유 의도” 판단… 각종 첩보내용 공개워싱턴 포스트지가 27일 고급정보를 광범위하게 인용해 북한의 핵개발현황을 심층보도한 직후 워싱턴의 한 고위정보 책임자는 『이 기사에는 가장 새로운 정보가 포함돼 있으며 아주 고급정보까지 동원돼 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 포스트 자체는 어떤 경로로 정보를 입수해 이 기사를 쓰게 됐는지 밝히지 않고 있지만 적어도 미 중앙정보국(CIA)을 비롯한 정보기관의 전면적인 협조없는 불가능했을 것임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 기사중 지금까지 단편적으로만 알려져왔거나 새롭게 정리된 사실,또는 최신정보로 보이는 것을 모아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미국의 인공위성 첩보사진의 공개를 두고 CIA,국무부 등에서 의견이 엇갈려 선뜻 이를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가 로버트 게이츠 전 CIA 국장의 결단으로 공개되기 시작했다는 부분이다. 미국은 북한이 원자로를 처음 설치하기 시작할 때부터 인공위성 촬영으로 이를 세밀히 추적해 왔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 개발계획이 전혀 없다고 이를 강력히 부인하자 결국 첩보사진을 공개하면서 이를 반박하기로 한 것인데 처음에는 CIA 하급관리들이 위성사진을 공개하면 첩보수집 능력이 알려진다는 이유로 극력 반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게이츠 국장이 이를 결국 공개하기로 결정했고 이어 클린턴 행정부도 선례를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북한이 현재 보유하고 있을 플루토늄의 양이 원자탄 4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이라는 것을 신빙성있는 자료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서방측의 플루토늄 분석능력이 얼마만큼 진전돼 있는지를 미처 깨닫지 못한채 실험용으로 미량 추출했다는 샘플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제출했던 것인데 북한이 제출한 플루토늄과 사용후 핵연료의 폐기물 용액을 조사한 결과 북한은 플루토늄 239,240,241 등의 각각 다른 종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 이로써 북한이 주장하는 것처럼 부서진 한 원자로의 사용후 연료에서만 추출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증명됐고 플루토늄에 묻어온 아메라시움을 검토한 결과 이 핵물질들은 1989,1990,1991,1992년에 걸쳐 연속 생산된 것으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아메라시움은 반감기 진행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원자로,핵물질들이 언제 만들어졌는지를 측정하는 잣대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셋째는 북한이 그동안 한심할 정도로 국제사회를 속이려 해왔다는 것이다. 북한은 플루토늄 저장소를 지하에 건설한뒤 이를 흙으로 덮고 그 위에 군사시설을 가장한 허름한 지상건물을 지어놓은채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반이 들어갔을 때 이를 간이 군사시설이라고 속였다. 또 핵폐기물 탱크위에는 나무를 옮겨 심어 이를 은폐하려 해왔는데 CIA의 첩보사진에는 건물기초를 세우는 삽질에서부터 나무를 옮겨와 위장하는 과정까지 연속적으로 생생하게 나타나 있기 때문에 북한의 거짓말이 얼마나 유치한 것인지를 여실히 말해준다.

최근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한미 양국 입장이 강온 양쪽으로 나뉜 가운데 워싱턴 포스트의 이번 기사가 나왔다는 사실이 상당한 관심을 끈다.

한국측은 과거와는 달리 미국이 북한과 대화창구를 격상하고 직접 협상해 북한을 달래기를 바라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미국은 아직 별다른 태도의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 핵문제를 둘러싸고 미 상하 양원에서는 금년에 들어서만도 6차례의 청문회가 열렸었다. 전문가들은 증언외에 행정부에서는 워런 크리스토퍼 국무장관,제임스 울시 CIA 국장이 여러번 나가 북한의 핵위험성을 지적했다. 증언자들은 대체로 북한이 핵개발의도가 국제협상카드로 쓰기 위한 것이기 보다는 궁극적으로 핵을 갖겠다는 거의 맹목적인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고 증언했었다. 그만큼 위험하다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가 핵문제의 확실한 해결을 가져온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런 확실성이 보장되지 않는 입장에서는 북한을 협상상대로 인정해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물질 생산량이 적어도 핵폭탄 4개를 만들 수 있는 수준이며 북한은 그동안 할 수 있는 모든 거짓증언을 했다는 것을 훤히 알 수 있게 정리한 워싱턴 포스트지의 이번 기사는 미국의 대북한 강경자세를 더 강경하게 할 수 있을지언정 적어도 한국이 바라는 것처럼 대북한 강경자세를 누그러 뜨리는데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워싱턴=정일화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