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나리오/연방위 활용 정계개편 합법화25일 실시된 러시아의 국민투표에서 「상처뿐인 승리」를 쟁취한 보리스 옐친 대통령은 과연 앞으로 어떤 정치적 결단을 내릴 것인가.
옐친이 국민투표에서 자신에 대한 신임과 경제개혁은 물론 인민대표대회(의회)의 조기선거 항목에서까지 완승을 거두었다면 향후 러시아 정국의 예측은 아주 쉬웠을 것이다.
그러나 옐친은 정국주도권 장악에 필요한 의회 조기선거 문제에서 충분한 지지를 얻지 못했으며 이에 따라 「신 헌법제정양원제 의회도입조기총선 등으로 이어지는 향후 정국운영 시나리오는 큰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국민투표이후 옐친의 주요 첫 과제는 새로운 헌법제정 문제이다.
옐친은 그동안 헌법위원회 위원장의 자격으로 신헌법 제정팀을 구성,새로운 헌법을 준비해왔었다.
사유화법 연구소장인 세르게이 알렉세예프,아나톨리 소브차크,상트페테르부르크 시장,세르게이 샤흐라이 부총리 등으로 구성된 이 팀은 의회인 최고회의와 인민대표대회 대신 서방식 양원제인 「연방의회」를 설치한다는 신 헌법안을 내놓았다.
하원격인 「국가회의」는 입법활동을,상원격인 「연방회의」는 총리와 고위법관 임명동의를 비롯,국가중요정책을 승인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신 헌법이 제정되려면 우선 의회의 승인을 얻어야 하나 조기총선 문제가 국민투표에서 통과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회가 옐친의 신 헌법안을 통과시킬리가 없다.
때문에 옐친의 선택은 의회를 무시한채 신 헌법을 제정하고 의회 선거일을 결정하는 대통령 포고령을 발표하는 것이다.
옐친은 이러한 초헌법적 조치를 이번 투표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이라며 추진할 수 있으나 의회 및 보수파의 엄청난 반발이 예상된다.
그럴경우 옐친은 「힘」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데 힘을 지닌 군부나 권력기관이 절대적으로 옐친을 지지한다고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자칫 옐친 자신은 물론 현 정치권 전체가 표류하여 「제3의 세력」이 권력을 장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다른 방법은 현 의회를 대신할 수 있는 기구로부터 신 헌법제정과 의회 조기 선거실시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받는 것이다.
러시아는 자치공화국과 자치주 및 자치구로 구성된 연방국가인데 비록 헌법기관은 아니지만 지역대표성을 갖고 있는 연방위원회가 구성되어 있다.
인민대표대회는 지난 9차 회의에서 이 연방위원회의 존재를 인정치 않았으나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모임이라는 점은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연방위원회는 이미 옐친의 신헌법에 대해 원칙적인 찬성의 뜻을 표시한바 있어 국민투표 이후의 정국을 분석하고 있는 옐친이 이 연방위를 의회대신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연방위는 중앙권력으로부터 분리 또는 독립을 원하는 지역의 대표를 상당수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옐친에게 협조할 수도 있다.
물론 이같은 시나리오는 상황변화나 정치전략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옐친이 구상하는 일련의 정치개혁이 현재로서는 어느정도 시간이 걸릴지 예측이 불가능한 형편이다
루슬란 하스불라토프 최고회의 의장이나 알렉산데르 루츠코이 부통령 등 옐친의 정적들이 쉽게 굴복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다만 옐친이 단호하고 분명한 태도를 취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의 정치위기는 증폭되고 급기야 새로운 돌발변수로 인해 현 정치권의 지도자들이 「거세」당할 수도 있다. 때문에 옐친이나 의회가 이번 국민투표에서 서로 승리를 주장하지만 총유권자 비율로 볼때 투표에 불참 혹은 반대한 숫자가 훨씬 더 많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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