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년이후 4차례나 밀입북한뒤 해외를 전전해온 작가 황석영씨(50)가 귀국한 27일 하오의 김포국제공항.구름같이 몰려든 취재진 1백여명은 언론에 페쇄적인 안기부가 연행하는 만큼 기껏해야 황씨의 얼굴을 보는 정도를 예상했을뿐 인터뷰는 기대도 하지 않았다.
공항보세구역출입증이 없는 기자들은 안기부가 황씨를 빼돌려 연행할 「도주로」를 예상,귀빈주차장쪽에 포진해 있었다.
황씨가 나올 17번 출구앞에서 안기부의 한 직원이 『취재에 필요한 모든 일에 협조하겠다』고 말했을때도 반신반의하며 『사진이나 제대로 찍을수 있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황씨가 트랩을 나와 안기부차량에 탑승할 때까지의 20여분동안 기자들의 예상은 완전히 깨졌다.
안기부는 황씨를 데리고 달아나기는 커녕 오히려 기자들에게 질서정연한 인터뷰·사진취재를 부탁했다.
황씨가 일반승객과 같은 경로로 입국수속과 짐검사를 마친뒤 안기부직원이 황씨에게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한다는 사실과 묵비권 등 권리를 알려준뒤 수갑을 채우지 않고 밖에서 기다리는 가족들과 짧은 상봉을 허용했을 때에는 황씨자신이 귀국동기로 밝혔던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오히려 황씨는 지나친 취재열기 때문에 마중나온 가족·친지들과의 상봉을 방해받았을 정도이다. 긴장된 표정이던 황씨는 대합실에서 마중나온 민주문학작가회의 회원 50여명이 박수를 보내자 환하게 웃으며 큰소리로 『내가 대단하긴 한가보군』이라고 외치는 여유까지 보였다.
황씨 연행과정은 그동안 온갖 강제와 고문,폐쇄성을 연상켜온 안기부의 이미지를 단숨에 「문민안기부」로 바꿔놓은 하나의 사건이었다.<현상엽기자>현상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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