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비리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일로를 치닫고 있다. 김종호 전 해군 참모총장의 진급비리 수사로 촉발된 군비리 사정은 전군의 인사비리에서 차세대 전투기 선정을 포함한 국가적 권력증강문제(율곡사업)로까지 번지고 있어서 군에 대한 전면적인 청문회를 방불케하고 있다.이미 군·검 공조수사체제가 가동,김 전 총장과 조기엽 전 해병대 사령관이 검찰에 출두해 구속이 초읽기에 들어가는 등 군비리사정의 빠른 진도를 실감케 한다. 이 때문에 국방부가 일요일인 25일 긴급 지휘관 회의를 열어 인사비리를 물론 방위산업관련 비리에 대한 자체 조사에 나서기로 결의한 것이 주목된다. 아울러 김 대통령도 성역없는 수사의지를 강력히 표명함으로써 지금껏 군을 에워싸고 있던 보호막이 사실상 깨지면서 군 거듭나기의 산고가 본격화하는 느낌이다.
이같은 움직임의 와중에서 특히 비상한 관심을 끄는 것은 막대한 국고(국방비의 30%)가 투입되는 방산과 신무기 도입 등 전력증강사업에 대한 엄청난 의혹과 그 규명이다. 이 문제는 정용후 전 공군 참모총장이 자신의 중도 퇴진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89년 12월 F18기가 차세대 전투기로 선정됐다가 1년3개월만에 청와대 등의 작용으로 F16기로 바뀐 것과 관련이 있다고 폭로함으로써 촉발,정권간 통치권 차원의 미묘한 문제는 물론이고 우리의 방위체제에까지 심각한 파장을 일으키기에 이른 것이다.
사실 차세대 전투기 선정과 같은 문제는 그동안 숨겨져온 흑막이나 로비자금 배포설,그리고 막대한 국고사용 규모로 인해 인사비리와는 견줄 수도 없는 메가톤급 핵폭탄의 파괴력을 지닌 것이다. 국민적 관심과 의혹도 고조되고 깊어질 수 밖에 없다. 국가안보와 직결된 나라의 전력증강계획이 정치권의 입김속에 춤을 추고,국제적인 검은로비와 음성적 정치자금 염출의 진원지로 타락해왔다는 의혹이야말로 국가적 중대사요,안보의 위기인 것이다.
차세대 전투기 선정을 둘러싼 의혹은 5공시절 F20기 선정로비를 위해 노드롭사가 박종규씨에게 제공한 거액의 자금이 국제적 송사로 번지면서 이미 그 내막의 일부가 알려진바 있었다. 그러나 전례에 비춰보면 정 전 총장의 임기중 전역과 선정기종이 갑자기 바뀐 전후사정에 반드시 밝혀내야할 의혹이 있음은 누구나 짐작할만한 것이다.
나라의 방위계획이나 비밀의 노출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 그러나 계획과 비리는 엄연히 구분되어야 마땅하고,환부를 숨기기보다 도려내는게 오히려 군의 전력증강과 사기진작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이미 국가적 합의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뜻에서 오늘날 돌출되고 있는 군의 온갖 비리와 의혹은 철저히 파헤쳐져야 한다. 그것만이 군이 거듭나는 길이다. 이미 대통령의 성역없는 수사지시와 군자체의 결의도 있었고 보면,사정기관은 과거처럼 눈치보거나 머뭇거릴 것 없이 서릿발 수사와 사정으로 환부를 주저없이 도려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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