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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위에 오른 암호명 「율곡」/20년 베일속의 「전력현대화」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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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위에 오른 암호명 「율곡」/20년 베일속의 「전력현대화」 사업

입력
1993.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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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극비사업… “원천 비리 소지”/74∼90년 2백10억달러 투입/M16소총·미사일 국산화 성과/차세대 전투기·구축함·전차등 추진중/올해 2조9천억 천문학적 예산책정감사원이 27일부터 군 전력증강사업(율곡사업)에 대해 전면감사에 착수함에 따라 그동안 의혹과 잡음이 잇달았던 이 사업이 새롭게 조명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74년 착수된 이 사업에는 90년까지 총 2백10억달러가 투입됐으며 올해 예산만해도 무려 2조9천억원이 책정돼있다. 육·해·공군의 무기·장비현대화와 전력증강사업을 총칭하는 율곡사업은 사업규모가 이처럼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무기수입 과정에서 거액의 커미션과 관련,국제적인 무기브로커가 개입돼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국방부도 차세대 전투기사업 등 방위산업관련 비리에 대해 성역없는 철저한 수사를 다짐하고 있어 율곡사업은 점차 그 베일을 벗을 것으로 보인다.

율곡사업은 지난 71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자주국방을 기치로 무기 및 장비현대화를 추진하면서 출발한다. 박정희대통령은 조선시대 1만 양병론을 주창했던 이이선생의 호를 따 암호명을 붙였을 정도로 자주국방 의지가 강했다.

당시 국내외상황은 1·21사태와 닉슨독트린(69년)에 이어 주한미군의 1차 철수(71년)로 국내 안보상황이 복잡하게 얽힌채 위태로워 보였다. 이에따라 박 대통령은 유신체제선포(72년)와 방위산업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정(73년)후 곧바로 율곡사업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율곡사업은 70년대말 M16 소총과 한국형 미사일의 국내 생산으로 개가를 올린데 이어 5공 시절에는 88전차와 경훈련 항공기인 F5제공호의 국내 생산에 성공하기도 했다.

또 91년 3월 F16C기종으로 최종 선정돼 이미 40대가 들어온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사업(KFP)과 최근 인사비리로 문제가 된 김종호 전 해군 참모총장 재직시 결정된 대잠수함 초계기 P3C기도입사업,대·중·소형별로 추진되고 있는 차세대 헬기사업(KHX),해군의 구축함건조사업(KDX) 및 잠수함 도입사업,육군의 한국형 K1 전차사업 등이 현재 추진중인 중요한 율곡사업이다.

이같은 사업들은 개별적으로 엄청난 예산이 투입될 뿐아니라 무역대리상으로 불리는 국제무기 브로커까지 개입돼 거래과정에서 막대한 커미션이 오가 잡음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최근 냉전체제의 붕괴에다른 세계적인 군사산업의 침체로 국제무기 브로커의 대정부 로비가 치열해져 갈수록 율곡사업과 관련된 의혹이 잇달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87년 12월 국방부가 미 보잉사로부터 CH47D헬기 6대를 도입키로 하면서 중간상이 챙긴것으로 알려진 거액의 커미션. 당시 무기도입 중간상이 처음제시한 헬기가격은 총 7천4백10만달러로 대당 1천2백35만달러였으나 이중 중간상이 챙긴 커미션이 총 거래액의 5%에 달하는 3백73만달러. 이정도의 금액은 국제무기시장의 관례와 비슷한 것이었으나 너무 금액이 큰 거래다보니 뒤늦게 문제가됐고 결국 커미션이 1백73만달러로 줄었다.

이 과정은 지난 90년 국방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권노갑의원의 질의로 밝혀졌는데 당시 국방부장관은 『수수료(커미션)는 미 보잉사가 지불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국방부에서 조정유도범위로 1.98∼1.99%의 수수료를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수료율을 초과한 것은 해당 외국업체(수입선)가 불응,관련장비의 야전시험기 추가소요되는 탄약을 구매해 국방부에 납품토록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고 답변,국방부가 인정하는 수수료외의 추가 커미션을 시인했다.

이에앞서 86년에는 미 노드롭사가 F20기 도입과 관련,박종규 전 청와대 경호실장에게 6백25만달러의 로비자금을 주었다며 국제중재 재판소에 제소,국제무기 거래상의 커미션과 국내정치인의 로비자금이 연관성을 갖고있음을 시사했다.

당시 노드롭사는 박씨를 통해 5공정권이 F20기를 도입하려했으나 시험비행중 추락한데다 박씨마저 사망,거래성사는 커녕 로비자금마저 돌려받지 못했다고 밝히고 로비자금의 수수과정이 홍콩의 모은행계좌를 통해 이루어졌다고 폭로,충격을 주었다.

이처럼 무기도입 과정에서의 의혹은 뒤늦게 거래성사가 안됐을 경우에만 밝혀지는게 통례인데다 군사기밀 보호와 최고위층까지 관련돼 있다는 보호막에 가려 좀처럼 수사대상에 오르지 않았다.

한마디로 뜬구름위에서 검은돈을 거래하는 셈이었다.

▷차세대 전투기사업◁

현재 추진중인 율곡사업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차세대 전투기사업(KFP)의 경우 89년 12월 미 맥도널더글러스사(MD)의 F18A기로 낙착됐으나 1년 4개월만인 91년 3월 미 제너럴 다이내믹스사(GD)의 F16C기로 기종이 바뀌었다.

현재까지 40대가 도입됐고 99년까지 모두 1백20대가 들어올 KFP사업의 예산은 최소 50억달러(3조9천억원).

기종선정의 합리성여부를 떠나 89∼90년 사이 공군쪽에서는 F18을,육군(국방부)과 청와대에서는 F16을 각각 밀었고 정용후 당시 공군 참모총장 등 공군측이 워낙 강경해 결국 F18로 결정됐으나 뒤늦게 GD측의 막판공세에 청와대쪽이 움직여 기종선정이 뒤바뀌었다는 설이 공군은 물론 방산업계에까지 파다했다.

더구나 KFP의 주체가 공군이고 차세대전투기를 몰게될 공군조종사가 F18을 압도적으로 선호하고 있는데도 총장경질후 기종을 바꾼 것은 무리였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대 잠수함초계기◁

지난 91년 미 록히드 사와 도입계약을 체결한 대 잠수함초계기(P3C)의 도입 과정도 의혹이 많다.

율곡사업 가운데 KFP 다음으로 금액이 큰 이 사업은 오는 95년까지 8대의 P3C기를 대당 1억3천만달러씩 모두 10억4천만달러를 주고 구입하는 것. 당초 국방부의 1차 협상결과 프랑스의 닷소사가 생산하는 아틀랜틱(ATLⅡ)이 우리측의 요구수준에 도달했고 P3C기는 수출허가조건 및 가격수준·환불보증조건 등에서 요구수준에 미달돼 사실상 복수경쟁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러나 국방부는 90년 12월 대통령에게 최종결재를 받은후 대 잠함초계기를 P3C기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선정이유는 ▲우리의 전략개념에 맞고 ▲후속적인 군수지원이 가능하며 ▲기술도입 등 국가경제에 도움이 크고 ▲국가간 외교문제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미 록히드사가 이미 87년에 P3C의 생산라인을 철거한데다 미 해군도 P3C기종에 부족함을느껴 차세대 기종으로 P3C Ⅶ 기종을 개발할 계획을 갖고있어 이미 한물간 기종을 도입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 P3C기 도입결정에는 인사비리로 물의를 빚고 있는 김종호 당시 해군 참모총장이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당시 해군장교들 사이에서는 아틀랜틱이 P3C기보다 가격이나 성능면에서 월등히 우수했고 P3C기는 생산마저 중단된 기종인데 기종선택이 어떻게 거꾸로 결정됐는지 의아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더구나 국방부의 선정이유가 하나같이 모호한 이유뿐이고 P3C기의 우수함을 알려주는 말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고위층의 로비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차세대 헬기사업등◁

대형·중형·소형 등 3단계로 나누어 추진하고 있는 차세대 헬기사업(KHX)은 지난 90년 10월 대형헬기 기종으로 대한항공과 미 시코스키사가 공동생산키로한 UH60(일명 블랙호크)를 선정한후 중·소현은 아직 결정치못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헬기사업은 외국업체는 물론 기술도입을 통해 합작생산을 꾀하는 국내업체(삼성항공·대한항공·대우중공업)들간의 경쟁도 치열한 편이다. 이들 대형·중형·소형헬기는 각각 80대씩 도입생산될 예정인데 각 기종별 예산은 4천억∼5천억원선.

이밖에도 해군은 지난 87년과 89년 독일의 HDW사가 개발한 잠수함 3대씩을 도입키로 계약을 체결한바 있는데 가격은 1천당 1천1백억원선. 잠수함 도입계약이 처음 이루어진 87년당시 전경환씨가 도입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다고 알려져 있다.

올한해에만 2조9천억원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율곡사업. 이 사업에 대해 아직가지 단 한차례의 국정감사도 실시되지 않았다는 사실자체를 국민들은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박정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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