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의장 신상발언」싸고 공방만/민주 「야성부각」 강박관념 표출/여야 수차례 접촉 끝내 이견 못좁혀「새 시대의 헌 국회」.
새정부 출범이후 사실상 처음 열린 국회는 26일 첫날부터 본회의도 열리지 못하고 공전,과거의 구태를 그대로 재연했다.
이날 상오 10시10분께 열린 국회는 10분만에 끝난 개회식이후 당론을 정하지 못해 갈팡지팡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지리한 회의」만 지켜보다 하오 4시10분께 끝내 본회의를 열지 못하고 무산됐다.
개혁의 열망속에 정치개혁의 출발점으로 새로운 국회상을 기대했던 국민의 바람을 저버린 국회의 첫날 모습이었다.
당초 합의된 의사일정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당내의 산발적 의견을 수렴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수차례의 여야 총무접촉도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새정부의 개혁정국에서 정체성을 찾지 못하던 민주당은 보궐선거 패배에 대한 탈출책의 모색과 「야의 존재」를 과시하고자 한 강박관념의 결과로 절차적 문제에 지나치게 집착했다.
특히 난산을 거듭하는 잇단 당내 회의에서 백가쟁명식으로 제기되는 이견들을 장악하지 못한 민주당 지도부의 허약한 리더십은 박준규의장의 신상발언 등 「민자당의 문제」를 고리로 삼는 이색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민주당이 나름대로의 고육책을 짜내는데 보낸 하루였다.
▷여야 절충◁
민자,민주 양당 총무단은 이날 본회의 의사일정과 관련,수차례 공식·비공식 접촉을 갖는 등 분주한 움직임.
양당 총무들은 이날 하오 3시40분께 민주당의 원내 대책회의가 끝난뒤 다시 접촉을 갖고 15분여동안 임시국회 의사일정 문제를 논의했으나 양측의 입장이 맞서 첫날부터 본회의는 공전.
양당은 이 자리에서 각각 의견조정의 시간을 가진뒤 27일 상오 9시30분 귀빈식당에서 총무회담을 또다시 갖기로 결정.
2차 접촉에서 김태식 민주 총무는 『박 의장 사퇴,신임의장 선출 및 이 의원 석방결의안 처리문제 등을 뒤로 미루고 일단 운영,국방위원장만 선출하자』고 의사일정 변경을 정식 요청.
이에 김영구 민자 총무는 『입법부 수장을 우선적으로 뽑지 않는 것은 국회의원들이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의장을 선출한뒤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는 것이 순리』라고 의사일정 변경 불가방침을 표명.
김 민자 총무는 접촉이 결렬된뒤 『빨리 임시국회를 열자고 주장했던 야당이 이미 합의한 의사일정의 변경을 요구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새정부 출범의 취지에 맞게 책임있는 여당으로서 끝까지 인내하고 있다』고 주장.
이에 앞서 상오 8시10분으로 예정된 국회 운영위 회의가 민주당의 불참으로 지연되자 민자당의 이성호 수석부총무는 민주당 최고위원 회의가 계속되고 있는 이기택대표실로 찾아가 조홍규 수석부총무와 접촉.
이 민자 부총무가 『어떻게 되는거냐』고 묻자 조 부총무는 『박 의장건은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며 『최고위원 회의의 지침을 받아야겠다』고 불참이유를 설명.
또 상오 임시국회 개회식이 끝난뒤 10시40분께 귀빈식당에서 갖기로 한 양당 총무접촉은 김 민주 총무의 불참으로 불발.
이어 양당 총무들은 이날 낮 12시50분께 운영위원장실에서 5분여간 만나 본회의 운영문제를 논의.
이 자리에서 김 민자 총무는 『이미 합의한 의사일정을 파기할 수 있느냐』고 따졌고 김 민주 총무는 『원내 대책회의 의원총회에서 당의 입장이 정리된뒤 다시 만나 논의하자』고 제의.
▷민자◁
민자당은 민주당측의 「내부사정」에 의해 국회운영이 첫날부터 파행을 빚자 민주당 지도부에 강한 불만을 시선.
민자당은 그러나 민주당에 대한 지나친 자극은 『길게 봐서 별로 이로울게 없다』고 판단한듯,애써 화를 안으로 삭히며 민주당측의 동정을 예의주시.
민자당은 이날 의사일정을 확정짓기 위해 상오 8시에 열리기로 돼있던 국회 운영위가 민주당측 사정으로 불발되면서부터 「위기상황」을 깨닫고 총무단을 중심으로 민주당측의 동태파악에 분주.
그러나 하오 늦게까지도 본회의가 이뤄지지 않자 당지도부는 당초 이날 저녁으로 예정돼있던 소속의원 전원의 청와대 만찬까지 취소키로 결정하는 등 「진인사」의 태도.
김영구총무는 하오에 기자들과 만나 『6일전에 합의해놓은 의사일정을 오늘에 와서 뒤집는다는게 말이 되느냐』고 흥분.
김 총무는 『박 의장 문제는 야당도 직접 본인에게 불출석 의사를 확인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저러고 있는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서 『언제부터 야당이 그렇게 박 의장을 위했느냐』고 힐난.
민자당은 이에 앞서 개회식전에 의원회관에서 의원총회를 갖고 박 의장 사퇴의 건 등 일련의 표결과 관련한 「표단속」에 만전.
김종필대표는 인사말에서 『개혁기에 있어 의당히 처리해야 할 일들에 대해 여러 복합적인 이유로 인해 걱정이 나오고 있다』고 우려.
김 대표는 이어 『우리는 공동운명체이므로 행여 여기에서 일탈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면서 『총무들이 기획한 의사에 모두 협력해 오늘의 당의를 어김없이 이뤄달라』고 직설적인 호소.
이어 허재홍부총무는 의원들에게 박 의장 사퇴의 건은 「가」,신임의장 선출은 「이만섭표기」,이동근의원 석방의 건은 「부」라고 표결 방법을 주지. 허 부총무는 그러나 박 의장 사퇴의 건 처리방법을 설명하면서 『부로 해달라』고 말했다가 의원들로부터 『가로 해야지』라는 지적을 받고 서둘러 진정해 이 문제가 던져준 「부담감」을 반영.
▷민주◁
민주당은 상·하오 8시간30여분에 걸쳐 최고위원 회의의원총회최고위원·총무단 연석회의 등을 잇달아 열어 본회의 대책을 논의하느라 하루종일 부산.
민주당은 이날 박 의장 사퇴와 이 의원 석방요구 결의안 문제의 처리방향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다 결국 이 의원 문제를 「버리는」대신 박 의장 사퇴문제를 「고리걸기」 소재로 선택.
이는 이 의원 문제의 경우 본회의 일정에 연계시키기에는 「함량미달」이라는게 당내부에서도 지적된 반면 박 의장에 대해서는 입법부 수장의 문제라는 성격상 명분 내세우기가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것.
그러나 박 의장 건에 대해서도 『남의 당문제에 간여하는 인상이 있다』는 점과 함께 『사퇴를 찬성할 경우 여당의 의도를 고스란히 인정하는 꼴이 되고,반대할 경우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적지않게 제기돼 논란이 분분.
이에 따라 박 의장 표결문제를 가부의 당론을 정하지 않은채 소속의원 「자유표결」에 맡긴다는 안도 검토.
그러나 원칙적인 절차문제를 등한시 할 수 없다는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면서 박 의장의 「본인소명」을 민자당측에 제의키로 최종 결론.
이날 상오 7시30분께 시작된 최고위원 회의에서는 박 의장이 신상발언을 하는 대신 제출한 석명서 작성경위와 외압여부에 대해 의문을 제기.
최고위원들은 회의에서 『입법부의 수장이 청와대 지시로 사퇴하는 상황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헌정사의 문제』라며 『따라서 박 의장이 반드시 신상발언을 해야 한다』고 의견을 집약.
최고위원 회의는 회의도중 박 의장이 작성한 석명서를 전달받고 김 민주 총무로 하여금 박 의장과 통화해 진의를 파악토록 지시.
김 총무는 이 통화에서 『사퇴하는 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확인도 없이 청와대 지시로 사퇴해야 되겠는가. 박 의장이 직접 나와서 의사를 밝혀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신상발언을 강력 요구.
박 의장은 이에 대해 『나가는 것이 투표에 영향을 줄까해서 나가지 않는 것이다. 석명서를 사전에 의원들에게 배포키로 했는데 안되었다니 유감』이라고만 답변.
최고위원 회의는 박 의장의 국회 본회의의 불참의사를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의원 전체의 문제이기에 정회를 요구하고 여야 총무가 의장의 의사를 확인한후 처리한다』는 방침을 굳히고 의원총회에 상정.
이어 열린 의원총회는 의원들은 박 의장 사퇴문제와 의 의원 석방결의안 등을 논의했으나 구체적 결론은 유보하고 최고위원·원내 대책위원 연석회의에 일임. 의원들은 박 의장 사퇴문제와 관련,「선 처리 후 석명서 배포」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내며 박 의장의 신상발언을 고집.
이어 최고위원·원내 대책위원 연석회의에서는 『박 의장이 물의를 일으킨 부분에 대해서는 비호할 의사가 추호도 없으나 입법부 수장으로 문제가 있다해도 본회의장에서 신상발언을 하거나 최소한 윤리위에 출석해 발언해야 한다』고 입장을 정리.<신효섭·권대익기자>신효섭·권대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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