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간에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은 상대방을 미워하는 마음보다 상대방에 대한 무관심이란 말이 있다. 정치에서도 이 말은 그대로 들어맞는 듯하다.러시아는 25일 이 나라장래를 결정짓는 아주 중요한 국민투표를 치렀다. 그러나 정작 국가의 주인인 국민들은 정치에 진저리가 난듯 무관심하거나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70여년간을 공산체제속에 살면서 의사표시를 제대로 못했던 만큼 세상이 달라진 이제는 일반국민들이 정치에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보일법한데 이상하리만큼 무관심일색이다. 이번 국민투표를 보혁세력간 「권력투쟁」의 한단계로만 볼뿐 자신의 운명이 국가의 장래를 뒤바꿀 수 있다는 인식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모스크바대학의 세르게이 루체코프 교수는 『나는 옐친을 지지하지만 그 이유는 루슬란 하스불라토프 최고회의 의장이 옐친보다 더 나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옐친은 차선의 선택일 뿐이라는 뜻이다.
러시아의 보통사람들이 정치권을 보는 시각은 더욱 비판적이다.
지난 92년초 충격요법식 경제개혁을 전격 도입,70%를 빈곤층으로 전락시킨 현 개혁정부나 이에 대한 반대투장을 벌여온 의회 보수파나 모두 서민의 생활을 도외시 하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양측이 앞다투어 국민을 위한 정치를 외치지만 국민의 눈에는 검은 메르세데스 벤츠를 타고 교통신호도 무시한채 중앙차선을 질주하는 「특권층」으로 밖에 비치지 않는다.
러시아 국민들은 이번 국민투표도 자신들의 생활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모스크바 등 대부분의 러시아 지방에서는 특유의 음산한 날씨 대신 매일 쾌청한 날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날씨 때문에 투표참가율이 저조할지 모른다는 걱정을 하기도 했다. 농부들이 투표장 대신 밭에 나가 감자를 캐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보다는 당장의 생활이 급하다는게 요즘 러시아의 현실이다. 이런 마음가짐을 가진 국민들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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