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협상 앞둔 신경전/“다급한 상황 변화시도”/한국·미 “복귀 무의미” 핵사찰 선행 강조북한 핵문제와 관련,미북한간 고위급회담 개최,중국의 적극적인 중재약속 등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 여건이 유리하게 조성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지난 3월12일 돌연 탈퇴했던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하기로 결정했다는 설이 나돌면서 북한 핵문제 해결과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 해빙에 희망적인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유엔 및 북경주재 대사관은 22일 북한의 NPT 탈퇴철회 결정사실을 공식 부인하고 나서 북한의 진의파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정부는 일단 관련 해외공관들의 보고상으로는 북한이 아직 NPT 탈퇴입장에 어떤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판단하고 북한의 진의파악에 부심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세계를 상대로 본격적인 핵협상을 앞두고 국제적인 반응을 떠보기 위한 양면전술을 구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또 북한의 NPT 복귀설은 최근 방한중인 타노프 미 국무부 정무차관이 북한의 핵문제 해결을 위해 미북한간 고위급 접촉을 갖겠다고 한 것과 관련이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미북한간 고위급협상에 앞서 북한의 NPT 복귀가 전제조건으로 논의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미국측이 22일 국무부 정오 브리핑을 통해 미북한 고위급회담을 갖기로 결정한 일이 없다고 부인하고 나선 것은 미북한간 고위급회담을 위한 사전논의 과정에서 양측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북한은 NPT 탈퇴선언 철회만으로 미국과의 고위급회담을 얻어내려는 의도를 갖고 있으며 이를 위해 이번에 NPT 탈퇴철회 결정 사실을 슬그머니 흘려 국제사회의 반응을 떠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측에 대해 핵문제 해결을 위한 보다 확실한 의지표명을 요구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미 국무장관은 최근 『북한이 NPT 탈퇴선언을 철회하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북한이 실효성있는 핵사찰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해 북한의 핵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우리 정부 당국자도 이와관련,『북한이 남북 핵상호 사찰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사찰을 받아들일 의지없이 단순히 지난 3월의 NPT 탈퇴선언 이전으로 복귀하려고 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서 『현재로서는 북한이 종래의 핵사찰에 대한 입장을 바꾸겠다는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의 말처럼 북한의 NPT 복귀는 실효성있는 핵사찰을 받아들이고 핵무기개발을 완전히 포기하겠다는 의지가 전제되어야만 의미가 있다.
IAEA와 미국 등 서방세계는 북한이 핵무기개발을 시도하고 있다는 강력한 의혹을 갖고 있다. 북한이 IAEA에 샘플로 제출한 플루토늄 분석결과 북한의 신고내용과 중대한 불일치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문제가 되고 있는 영변의 2개 핵시설을 포함한 모든 핵시설을 완전히 공개,이 시설들에 대한 완벽한 시찰을 허용해야 한다.
그러나 국제적 여건상 북한은 마냥 시간을 끌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IAEA는 이미 북한의 핵안전조치 불이행문제를 유엔안보리에 보고해 북한에 대한 국제적인 제재조치를 취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놓았다. 북한은 한국을 비롯,미국과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으로부터서도 강력한 압력을 받고 있으며 지금까지 비교적 북한의 핵문제에 우호적 입장을 취하던 중국도 입장을 변화시킬 조짐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NPT 탈퇴가 확정되는 시한인 오는 6월12일까지는 어떤 형태로든지 핵문제 해결에 대한 반응을 보여야 하며 따라서 이번 NPT 복귀설은 북한측이 모종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시초로 봐야 한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이계성기자>이계성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