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소유 불용인」 입장 재확인22일 미 국무부의 정오 브리핑에서는 약간 당황스런 일이 일어났다. 이날 아침 서울의 조간신문에서는 현재 한국을 방문중인 피터 타노프 국무부 정무담당차관이 미북한간에 고위급회담이 곧 재개될 것이며 자신이 그 회담에 대표로 참석한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국무부 정례 브리핑에서 이 문제에 관해 질문이 제기되자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이 기다렸다는듯이 『그런 고위급회담을 결정한바 없다』고 잘라 말했기 때문이었다.
바우처는 『우리는 북한의 핵안전협정 준수문제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결정을 철회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북한과 만나는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 그러나 다시 강조하건대 아직까지 그런 회담을 계획한바 없으며 이에 대한 어떤 결정도 내린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계속되는 기자들의 질문에 『회담을 연다는 결정을 한바 없어 더이상 대답할 말이 없다』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마지막으로 『그러면 당신은 미북한간의 고위급회담이 곧 열린다는 것과 그 회담 대표로 피터 타노프 차관이 갈 것이라는 언론보도의 내용을 부인하는 것인가』라고 물었으나 바우처 대변인은 『나는 부인한다고 말하지는 않았고 확인하지 않았다』며 즉답을 회피했다.
한국은 지금까지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미국이 「한국의 어깨너머」로 북한과 직접 협상을 벌이는데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미국도 미북한 회담문제가 나오면 거의 습관적으로 『한국과의 협의를 거치지 않고 북한과의 정치회담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을 해오곤 했다. 그런데 최근 북한의 핵문제를 다루는 한국측의 태도가 미국보다 더 유화적이어서 미 행정부 일각에서는 이것이 한국정부의 대북정책에 커다란 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미 국무장관은 바로 지난 20일 상원 외교위에서 『왜 북한에 대해 강경한 제재조치를 취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한국과 중국이 좀더 신중하게 북한의 태도변화를 기다려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바 있다. 22일 청와대가 미북한 고위급회담 개최사실을 발표하고 미 국무부가 이를 부인한 것도 한국이 북한 핵문제에 대한 미국보다 더 유화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것은 한국은 「어떤 경우에도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선 안된다」는데 우선 순위를 두고 있고,미국은 「북한은 어떤 경우에도 핵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것이 최우선적인 관심사이기 때문에 빚어진 입장의 차이라고도 볼 수 있다.
결국 미국의 기본입장은 북한이 핵문제의 해결 및 남북한 관계의 진전을 이룩하지 않는한 미북한간 고위급회담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정부가 일방적으로 『미북한간 정책담당 고위급회담이 열린다』라는 발표를 한 것은 한국이 지나치게 북한의 비위를 맞추려하고 있다는 우려를 낳을 수도 있다.<워싱턴=정일화특파원>워싱턴=정일화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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