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는 불법단체이므로 공식 협상파트너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인간적으로 「고통분담의 차원」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만나자는 제의에 응했을 뿐입니다』22일 상오 11시 서울 서초구 우면동 교육문화회관 4층 교총 회장실에는 이날 방문예정인 정해숙 전교조 위원장(57) 일행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던 이영덕 교총 회장(67) 등이 이런 말을 하고 있었다.
이 회장은 이북사람들과 남북대화의 경험이 많다는 것을 강조하며 『같은 이야기라도 기자들이 있으면 진솔하게 할 수 없다』고 전교조측이 소문을 내며 기자들이 몰려들게 한 것을 못마땅해 했다.
10여분뒤 자주색 한복을 입은 정 위원장이 일행과 함께 들어서자 이 회장은 카메라를 의식한듯 웃는 얼굴로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고 서울대사대 사제간인 유상덕 전교조 수석부위원장(43)은 『건강하십니까』라고 안부를 물었다.
이날 역사적인 첫 만남의 목적은 전교조가 오병문 교육부장관과의 면담 등으로 「전교조 합법화」 「해직교사 전원 원상복직」 등의 해결에 해빙무드를 조성하면서 반대입장을 고수하는 교총과 최근 곪아터지고 있는 교육계 비리와 교육걔혁에 대해 논의하려고 마련한 자리였다.
그러나 이 회장은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자마자 12시에 개인적인 약속이 있어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등 전교조를 상대해주지 않으려 했다.
이 회장은 이날 아침 직원모임에서 이미 전교조와의 회동사실을 알리며 『그동안의 파문에 대해 사과하고 해체하면 복직에 최선을 다하겠다. 그 길만이 문제해결의 열쇠』라고 말했다고 한 직원은 전했다.
1시간여의 회동을 마친 이 회장은 경직된 표정으로 황급히 약속장소로 떠났고 정 위원장은 『결국 선해체후 복직문제 논의라는 교총의 입장만 재확인했다』고 씁쓸하게 돌아섰다.<여동근기자>여동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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