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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여신마저 “꽁꽁”/주눅든 시중은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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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여신마저 “꽁꽁”/주눅든 시중은행들

입력
1993.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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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액대출 눈치살피기 급급/실세금리 상승세 부작용도금융계에 대한 사정활동이 현직 은행장 사법처리로 비화되자 사정칼에 주눅들은 금융기관들은 공연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정상적인 대출마저 미루는 등 여신업무가 극도로 경직되고 있다.

또 사정의 여파로 현재 은행장이 공석중인 은행만도 모두 4개에 달하는데다 일부 대형 시중은행들은 이미 한달이상 유고상태가 지속되고 있어 은행경영 공백이 너무 장기화되지 않느냐는 우려도 낳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일선 은행점포까지 번져 지점장들은 1억원이 넘는 대출신청이 들어오면 중소기업 운전자금이든 주택자금이든 행여 불똥이 튈까 본부의 눈치만 살피고 있으며 은행원도 몸을 사리고 있기는 마찬가지인 상태다.

금융계가 이같이 꽁꽁 얼어붙자 엉뚱하게도 급전이 필요한 중소기업을 비롯,정작 은행돈이 꼭 있어야 하는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그러나 사정활동이 금융계에 뿌리깊은 정경 커넥션을 끊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만큼 금융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라도 이 정도의 부작용과 후유증은 감내해야 한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은 상태다.

동화은행 안 행장의 검찰 연행으로 새정부 출범이후 옷을 벗게된 금융계 고위인사는 은행장 4명을 포함,모두 5명으로 늘어났다. 김준협 전 서울신탁은행장이 지난달 18일 물러난 것을 시발로 이병선 전 보람은행장,박기진 전 제일은행장,이현기 전 상업은행 회장이 차례로 자진 사퇴한데 이어 21일에는 안 행장이 사법처리대상이 됐다.

특히 안 행장을 제외한 나머지 인사 4명은 자진사퇴하면서도 본인은 물론 금융 및 사정당국에서조차 왜 물러나는지에 대해 한달이 지나도록 한마디 언급도 없는 상태라 항간에는 이와 관련한 흉흉한 소문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뚜렷한 사건에 연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은행장들이 줄줄이 수난을 당하기는 사상 유례없는 일로 80년 대숙정 당시에도 금융계는 임원급 5∼6명이 물러나는 선에서 마무리됐었다.

현재 은행장이 중도 퇴진,전무가 행장대행으로 업무를 지휘하고 있는 은행은 모두 4개로 이중 서울신탁과 보람의 경우는 한달이 넘도록 후임 행장을 선임하지 못하고 있어 행장 결제가 필요한 10억원 이상짜리 당좌대출이나 30억원 이상의 어음할인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사정여파로 금융거래가 원만히 이루어지지 않아 올들어 계속 하향 안정세를 보이던 실세금리가 공금리인하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달들어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사정의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런 사정 분위기는 금융계를 보신제일주의에 빠뜨릴 뿐만 아니라 유능하고 상대적으로 깨끗한 은행장들까지 위축시키고 있다며 소문대로 은행장들이 정경유착으로 사정대상이 됐다면 행장이 정치권에 줄을 대지 않고도 은행경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금융제도 개혁을 수반하면서 사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계에 고질화된 환부를 도려내야 한다는데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보다 공평하고 투명한 잣대로 옥석을 가려야하고 더구나 물 흐르듯 움직여야 제기능을 발휘하는 금융시장을 충격요법으로 대응한다면 환부는 안으로 곪아들어갈 수 밖에 없다는게 금융계 일각의 시각이다.<이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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