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에 사정한파가 다시 닥쳐왔다.안영모 동화은행장이 22일 업무상 횡령,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검찰에 의해 구속될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중수부는 안 행장이 기업에 수백억원을 불법 대출해주고 커미션을 받거나 은행 직원들의 명의로 불법 대출을 받아 90년부터 3년간 총 23억여원의 비자금을 조성했음을 밝혀냈다고 한다. 안 행장의 구속은 현역 행장의 구속으로는 83년 영동개발사건 당시 이헌승 조흥은행장이 구속된 이후 처음이다. 더욱이 새정부 출범이후 사정과 관련하여 김준협 서울신탁은행장,이병선 보람은행장,박기진 제일은행장 등 3명의 은행장들이 물러나 금융계에서는 사정에의 불안이 지속돼 왔었다.
그런데 앞서 도중하차한 은행장 3명의 퇴임은 그 사유가 명백히 공표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사정당국이나 감독기관 또는 본인 자신이나 당해 은행 등 어느 누구도 사임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관련기관의 비공식 시사에 의해 변칙 또는 편법적인 대출이나 비리와 관련된 것으로 전해졌을 뿐이다.
안 행장은 적어도 영장을 통해서 혐의는 명백히 밝혀질 것이다. 검찰측은 안 행장 문제에 대해 「정치적 의미」를 섣불리 부여하지 않도록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금융·증권·재계에서는 안 행장이 6공때 박철언의원과 상당한 친분관계를 가졌으며 월계수회의 산행때 박 의원과 같이 등산을 할 정도였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황해도 해주출신으로 한일은행장을 역임했던 그는 89년 동화은행 창립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있으면서 은행의 산파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홍성철씨와 정원식 전 국무총리 등 동향의 고위층과도 친밀한 관계였고 다른 인맥을 통해서도 6공의 경제실력자들과 가까운 사이를 맺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 행장의 「탈법」 「비리」는 앞으로 당국의 수사에 의해 판명되겠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혐의만으로 금융계를 비롯한 경제계·재계 등의 기존관행을 넘어서는 행장구속 사안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억측과 의문을 표시하는 의견이 없지 않다.
우리는 물론 금융사정이 엄격히 실시돼 대출커미션,꺾기 등 금융비리와 부조리가 척결되기를 바란다. 수서사건,정보사땅 사기사건,CD 부정사건 등 6공 말기의 대형비리들이 금융의 부정,변칙 등을 통해서 일어났던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금융사정은 바로 이러한 금융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풍토를 세척해야 한다.
금융사정은 엄격한 의미에서는 정치논리에 의해 영향을 받아서는 안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은 여건 아래서는 경제가 어떤 형태로든 정치의 바탕을 타지 않을 수 없다. 금융사정이 개혁의 차원에서 물갈이를 시도하는 것이라면 현재의 상황에서 그것을 무리라고만 주장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금융의 정상회복 또는 긴장해소 측면도 배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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