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공 실세 내사시작” 소문 무성/“다음 차례는…” 수사결과에 촉각금융계에 대한 사정돌풍이 급기야는 시중은행장이 대출비리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는 사태로 번지자 금융계는 물론 정치권에도 새로운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현직 은행장이 수사기관에 연행되기는 지난 83년 영동개발사건이후 10년만에 처음인데다 통상 금융계가 정경유착의 고리로 작용해왔기 때문에 수사진전에 따라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더구나 지난달 중순이후 한달 남짓 사이에 은행장 3명을 포함한 금융계 고위인사 4명이 뚜렷한 이유없이 옷을 벗은 상태이기 때문에 수사의 강도와 폭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당내 불안감 잠재”
○…정치권은 동화은행 안영모행장에 대한 검찰수사가 그동안 시중을 떠다니던 「6공 실세 내사설」이 점차 구체적 모습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5·6공시절 공공연한 사실로 돼온 정치권과 금융계의 「검은거래」를 개혁차원에서 뿌리 뽑겠다는 새정부의 강력한 사정의지가 행동으로 옮겨졌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새정부 출범이후 자리에서 물러난 3개 시중은행장과 마찬가지로 안 은행장 역시 6공 실세들과 가까웠고 특히 L모,P모,K모의원 등 TK 핵심인사와 긴밀한 관계였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퍼지고 있다.
민자당의 한 의원은 『과거 금융계 인사들이 인사청탁을 위해 정치권의 유력인사들을 찾아다니는 풍토가 있었던게 사실』이라며 『때문에 은행장이 비자금을 조성했다면 반드시 정치권과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한때 L모의원이 「금융계의 황제」라는 말이 나돌았을 정도로 잘못된 금융계의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서는 정치권까지 손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와함께 개혁정책에 「장애」가 되는 구 세력에 바로 사정의 칼을 들이댈 경우 정치보복이란 비난이 나올 소지가 있어 외곽부터 치고 들어가는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민자당은 정부의 사정의지에 십분 공감하면서도 검찰 수사가 정치권에까지 미치게 되면 재산공개 파문이후 겨우 가라앉은 당내 분위기가 또다시 흐트러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겉으로 드러내지는 못하지만 아직도 당내에는 개혁에 대한 불안감이 잠재해 있다』면서 『근거없는 것처럼 나돌던 의원 내사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민정계를 중심으로 적지 않은 동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계수회와 친밀”
○…그러나 검찰은 안 행장의 연행이 그동안 사정대상으로 거론됐던 구 시대 고위공직자 및 정치인들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여론에 비추어질까봐 고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태정 대검 중수부장은 『이번 수사가 6공 실세였던 P모 L모의원 등으로 곧바로 연결되는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구체적으로 혐의가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이름을 거론할 경우 당사자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게 된다』고 신중하게 답변했다.
김 부장은 그러나 『이번 연행이 단발성으로 끝나는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수사상황을 좀더 지켜보자』며 명백한 답변을 피해 수사결과에 따라서는 안 행장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정치권 인사들이 수사대상에 포함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또 일부 검사들은 이번 안 행장의 연행이 사실상 6공 비리수사의 시작이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고 있기도 하다.
증권가와 검찰 주변서 안 행장이 월계수회의 재정을 담당했다든지 금융계 유력인사와 친밀한 관계를 신정부 출범이후에도 유지,이미 3월초에 사정대상에 오른바 있다는 소문이 줄기차게 나돌고 있는 것도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동화은행이 수사를 받게 된데 대해 검찰은 이 은행이 시중 백화점과 호텔 등 영업장에서 손님들이 버리고 간 영수증들을 대량 거둬 들인다는 첩보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백화점 호텔 등에 수사관을 보내 사실을 확인하고 영수증의 용도를 궁리끝에 비자금 조성용이란 결론을 내리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검찰에 소환된 동화은행 관계자들은 대부분이 안 행장의 측근들이어서 연행 당시 일부에서는 안 행장의 개인비리 수사로 알았으나 수사과정에서 주변 유력인사들이 거명되면서 수사의 방향이 서서히 부각됐다.
소환된 은행 관계자 가운데 전 비서실장 홍현규씨 현 비서실장 차장 전학수씨 등이 끼어있고 대출업무에 깊이 관여한 S상무가 중요인물로 수배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취재진들도 이번 수사가 단순한 거액대출부정 및 비자금 조성규명 목표라기보다 한차원높은 목표를 겨냥한 수사라는 쪽으로 견해가 합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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