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학력과사의 정답유출 사건은 출제관리본부 김광옥장학사의 단독범행일까. 그의 직속상관인 김종억장학관과 공모한 범죄일까. 이 두 교육전문직 공무원들의 범행은 사람됨됨이가 그 정도밖에 안돼서 저질러진 것인가. 아니면 국립교육평가원의 조직이 잘못 돼있어 가능했던 구조적인 범죄이었을까.이들이 빼낸 정답으로 부정합격한 수험생들이 과연 5명에 국한되는 것일까. 교육평가원의 내부공모자가 더 있는 조직적 범행은 아닐까. 유출된 정답은 다른 돈많은 학부모나 입시브로커들에게는 넘겨지지 않았는가. 대학입학 예비고사(69∼81년)와 학력고사(82∼93년)를 통산한 국가관리 대입고사 출제 24년사상 초유의 범죄에 대한 의문은 「까자」만 붙이면 한없이 꼬리가 이어지는 의혹으로 증폭된다.
이 사건을 보는 국민적 정서랄 수 있다. 검찰수사가 이러한 의혹들에 대하여 미흡함이 없을만큼 답해야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15일까지의 수사결과로는 경천동지할 이 범죄는 생선가게의 고양이들 짓으로만 보인다. 생선가게격인 학력고사 출제본부 조직,더 나아가서 국립교육평가원 자체는 별 문제가 없는것 같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출제된 문제지와 정답지의 관리총책인 김 장학관과 주무인 김 장학사가 범행을 하기로 든다면야 기구와 조직이 아무리 잘 돼있다해도 막기는 어렵다. 결국은 사람의 문제랄 수 있다.
그러나 꼭 그렇게만 볼 수 없는 구석이 여럿 발견된다. 두사람은 다같이 89년에 평가원으로 전보됐다. 5년이나 그곳에 장기근무했다. 주범인 김 장학사는 관리부 기획위원이 된 해부터 정답을 유출,3년동안 6차례나 계속할 수 있었다면 조직에도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국립교육평가원은 85년 8월에 발족됐다. 교육부 산하 중앙교육연수원 고사과를 승격,확대 발전시킨 중앙교육평가원은 91년 국립교육평가원으로 개칭됐다. 초·중·고생들의 학력평가를 전담하는 평가기획부·대입학력고사·국비유학시험 등 대소시험의 출제를 맡는 「문제」의 출제관리부 등 4부의 편제다. 교육전문직 66명과 일반 행정직 46명으로 구성됐다.
평가원장을 역임했던 전 교육부 한 고위관리는 이렇게 말한다. 『초·중·고교의 학력평가는 말뿐이다. 한해 26회 치르는 대소시험 출제를 위해 출제위원이나 교섭,위촉하고 출제된 문제와 정답을 인쇄,시험장에 전달하는 용달사 구실이 평가원의 모든 일』이라고.
독립성도 없는 교육부 산하기관이면서도 경제기획원에서 예산 따내는 일은 별도로 해야한다. 그래서 교육부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별볼일 없는 유배처로 꺼리는 곳이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시험문제를 출제하는데 필수인 보안이 철저히 될만한 독립된 시설물도 없고 전문출제위원을 자체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입학력고사를 한번 출제하는데 교수 출제위원 70명,검토위원인 고교교사 30명,평가원의 출제관리부 직원 30여명,경비경찰 10여명 등 근 1백50여명이 호텔 등을 빌려 20여일 가까이 합숙을 해야한다. 경비도 경비지만 보안이 더욱 골칫거리다. 지난해 26차례의 각종 고사시험문제 출제에 따른 합숙을 하며 쓴 비용이 10억원이 넘었다는 것이다.
정답유출 사건의 후유증으로 올해의 29차례 각종 시험출제관리는 더 어렵게 될 판이다. 교수들의 출제위원 기피는 더욱 심할게 뻔하다. 출제장소를 선뜻 빌려주려 하지도 않을 것이다. 새 대학입시제도 시행에 따른 첫 수학능력시험날은 오는 8월20일로 잡혀있다. 7월초까지는 출제준비를 끝내야 한다. 석달도 안남았다. 그안에 교육평가원을 일대 수술해 떨어진 신뢰도를 회복한후 최초의 국가관리 수학능력 시험을 차질없이 치러낼 수 있을까. 이번에는 채점도 하고 득점표도 통보하자면 일이 휠씬 많다. 자칫 잘못하면 끝나버린 「시험부정」이 닥쳐오는 「새시험까지」 망치게 하지는 않을지 그것도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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