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공조유지,거중조정 성과/일방 양보아닌 사안별 신중대처남북대화가 재개될 것인가.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국제적 긴장이 조금씩 유화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직접 당사자인 남북한간 협상의 개시시기와 방법에 관한 성급한 관심과 추측이 나돌고 있다.
북한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사찰 거부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선언이후 야기됐던 일련의 사태들은 우리 정부 단독의 결정으로는 해결되기 힘든 성격의 문제였다.
이에 따라 지난달 북한이 NPT 탈퇴선언이라는 강경태도로 나온이후 정부는 독자적으로 대북 핵정책을 세워나가기 보다는 한반도에서의 지나친 긴장상태와 돌발사태를 막기위한 외교중재 노력에 집중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지난 14일 미 국무부가 북한과의 고위급회담 용의를 발표한 이후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주변의 긴장상태는 조금씩 풀려가는 추세에 있다. 잇달아 나온 IAEA 사무총장의 영변 군사시설에 대한 사찰제외용의 발표,21일 한중 외무장관 회담에서의 원칙적 합의부분 등은 한때 핵문제로 우리측의 운신폭을 좁히던 주변환경이 변화하고 있다는 조짐들이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22일 『북한 핵문제는 협상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해 핵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 직접협상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다시말해 북한 핵문제와의 이해관련국간 거중조정노력이 어느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으므로 당사국인 우리측이 북한에 대한 직접 설득노력을 시작할 시점도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대화재개를 위해서는 북한측 태도가 더 중요하다』며 『정부는 몇가지 시나리오에 따른 적극적인 대화대책을 강구하고 있으나 「북한 핵문제는 국제적 문제이고 따라서 해결노력도 국제적인 틀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한발짝도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입장은 국면의 변화가 있다고 해서 국제적 공조체제를 벗어나 앞장서서 타협하는 남북대화는 있을 수 없다는 것으로 정리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대북정책」을 제시하며 북한에 접근하던 과거행태는 되풀이하지 않으며 새정부 출범후 첫 남북대화를 결코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자세다.
북한이 내놓을 카드에 대한 여러가지 대응책을 마련해 놓고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갖고 있는 북한 태도에 관한 시나리오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대체로 3가지 방향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선 유엔안보리와 이달말께 예상되는 북한·미 고위회담 등 국제적 차원에서의 북한측의 대응태도와 남북관계에서의 대화제의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고 남북대화에서도 당국과 비당국의 양자에 대한 대화제의 가능성에 대한 대응으로 나눠 생각해볼 수 있다.
북한은 대남대화를 제의해올 경우 정부 당국에 대해서는 지난 9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제시한 「4대 요구사항」을 내걸며,비당국을 대상으로한 대화공세에서는 김일성의 전민족 대단결 10대 원칙을 내걸며 편지공세 등을 통해 교류를 제의해 올 것으로 예상된다.
주한미군 철수,팀스피리트훈련 중지,미국 핵우산에서의 탈피 등 4대 요구사항이 남북대화의 주요안건이 될 경우 정부로서는 유엔안보리로 하여금 북한 핵문제에 대해 손을 뗄 명분을 주는 것뿐이기 때문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측으로서는 의미있는 남북대화의 형태로 상호 핵사찰 규정을 논의하는 남북 핵통제위원회를 또는 고위급회담을 상정해놓고 있는 것 같다.
국제적 차원의 북한 대응과 관련,정부는 『북·미 고위회담이 시작되면 핵문제는 해결된다』는 지난 21일 허종 북한 유엔 대사의 발언을 주목하고 있다.
당초 북한이 핵사찰 거부와 NPT 탈퇴 등 강수를 둔 「진의」에 대해서는 ▲군사적 목적의 핵무기 개발의지 ▲대미 협상카드 ▲대미 통치용이라는 3가지 분석이 있었다. 북한이 최근 정부 대표성격을 갖는 대미협상을 고집하는데 대해 당초 핵사찰 거부의 의도가 체제유지를 보장받으려는 대미 협상카드용이었다는 주장이 강하게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의혹이 불식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멀고 먼 검증의 과정이 남아있고 남북대화 재개는 이같은 과정의 시작일뿐 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북한이 모험적인 도발을 할때마다 「채찍」은 받지 않고 「당근」만을 얻어내왔다는 점에 관심을 기울여야만 할 것이라는 정부 일각의 주장은 주목할 대목이기도 하다.<유승우기자>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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