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검의 수사로 드러난 경기 군포시 금정동 명진프라자 상가건축 비리는 초원의 먹이사슬을 연상시키고 있다.행정·세무공무원 사이비기자 세무사 상호신용금고 간부 등 맹수류들이 얼룩말(건축주)에 덤벼들이 제각기 배를 채운 꼴이었다.
사냥은 상가를 짓기 위해 체비지를 불하받는 첫 과정부터 시작됐다.
불하업무를 담당한 행정공무원들은 으례 그렇듯이 불하를 원만히 해주는 미끼로 얼룩말을 잡아챘다.
이들은 상가점포부지를 헐값에 분양받아 비싼값에 건축주에게 되파는 방법으로 땅거래를 위장해 억대의 뇌물을 챙겼다.
얼룩말이 잡혔다는 소문을 듣고 뒤이어 달려온 상호신용금고 이사는 피흘리는 얼룩말에 긴급 자금을 불법 수혈해주고 다시 피(특별이자)를 빨았다.
자기 동네에서 얼룩말이 잡혔다는 소식을 들은 세무공무원과 세무사도 질세라 세금을 감면해주고 자기 몫을 챙겼다.
건축공사가 본격화되면서 설계변경 중간검사 상수도공사 등 과정별 담당들이 또 덤벼들었다.
피냄새를 맡고 막판에 나타난 사이비기자는 이같은 사태를 기사화하겠다고 위협해 한몫을 챙겼고,관할경찰서 형사는 교통영향평가를 도와주겠다며 마지막 살점을 떼어갔다. 저마다 한몫씩 챙긴 초원의 사냥꾼들은 흡족한 입맛을 다셨지만 명진건설은 부도로 쓰러지고 채권자들이 연일 모여 대책회의를 열고 있다.
수원지검이 1개월 이상 수사해 20일 발표한 이 사건은 그야말로 우리 사회의 부패구조와 실상을 극명하게 보여준 총체적 부조리극이었다.
명진건설이 뜯긴 뇌물의 총액은 6억여원이고 이 과정에서 6억원이 부정대출됐고 4억여원의 세금이 면제됐다.
결국 선량한 예금주들의 돈과 국고로 들어가야 할 돈이 부정한 공무원 등의 호주머니를 채우는데 쓰인 셈이다.
상가가 아니라 그야말로 복마전을 지어올린 공무원들은 검찰 조사과정에서까지 『정상적으로 투자해서 번돈』이라고 강변해 부패 불감증까지 드러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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