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런 사람인데… 우리애 공부가 좀…/한결같이 “아는사람 통해 부탁”/“돈은 안줬다… 알아서 합격시켜”/학교측도 공직자 「바람막이」로 이용한듯91년 경원전문대 입시에서 자녀들을 부정입학 시킨 것으로 밝혀졌거나 계속 경찰수사의 대상이 되고있는 공무원 12명은 도대체 어떻게 아들 딸들을 부정입학 시키려 했을까.
다른 학부모들에 비해 이들에 대한 경찰수사가 미진한 가운데서도 20일 첫구속자가 나오면서 드러나고 있는 공무원들의 행태는 가관이라고 할만하다.
12인의 직위·직책별 분포를 보면 마치 한국사회 부패구조의 축소판을 대하는 느낌이다.
육군 준장에서 전 집권당 행정실장,검찰직원,전 보안사 직원,관할경찰서 간부,교육부 사무관,구청과장,고교 윤리교사에 이르기까지 정·군·검·경·교육정책 담당자들이 황금분할하듯 자리잡고 있다. 수험생의 학부모는 아니지만 당시 안기부 성남지역 담당관이 외조카의 입학을 청탁하기도 했다.
일부 진행된 경찰조사에서의 이들 관련자 진술상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여타 학부모들처럼 몇천만원의 돈을 주고 합격한 경우보다 『누구누구 아는 사람을 통해 김용진 당시 이사장(현재 미국체류)에게 부탁한 것뿐』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돈을 주지 않았다. 다만 학교측이 알아서 합격시켜 주었거나,아는 사람을 통해 부탁한 것뿐이다』한 수사담당자의 말처럼 이들의 변명은 『신분을 이용해 「거저먹은 것」에 다름아니라는 것을 실토한 것』이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12명 가운데 현재까지 경찰조사를 받은 이는 5명. 경찰은 지난 15일 공직자 명단을 발표하고도 검찰 송치를 하루 앞둔 21일까지 『자진출두를 요청했다』는 희미한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나머지는 소재파악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
5명중 구속된 김남회 서울 성동구청 보건행정과장의 부인 함정희씨(55)는 남편과 함께 출두해 돈을 준 사실을 극구 부인하다 분리신문에서 2천만원을 주고 아들을 경영과에 부정합격시켰다고 자백했다.
함씨의 브로커역할을 한 서울선화예고 윤리교사 이모씨는 자신의 아들도 같은 과에 부정입학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5명중 함씨를 뺀 4명은 경찰에서 돈 주거나 청탁한 혐의를 모두 부인,불구속입건되거나 귀가 조치됐다.
딸을 가정과에 합격시킨 교육부 대학정책실 대학재정과 사무관 이기훈씨(45)는 돈을 준 사실을 부인하면서 『학교관계자에게 딸이 응시한 사실만 알려주었더니 학교측이 알아서 처리해준 것 같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비서관 내정자였던 이유형씨(55·전 민자당 행정실장)의 부인(52)는 『남편의 대학후배인 이염씨와 통화중 아들의 입시걱정을 했더니 이씨가 걱정말라고만 했다』며 역시 청탁·금품제공 사실을 부인했다. 이염씨는 바로 김용진 전 이사장과 친밀한 관계였고 당초 이 학교관련 제보에서 각종 비리의 장본인으로 등장했던 인물이다.
미국에 체류중인 김 전 이사장은 이들의 진술에 의하면 학교를 마치 떡주무르듯 했다는 사정이 드러난다.
『조직적 입시부정을 지시했을뿐 아니라 이들 공직자들을 바람막이로 삼기위해 입맛대로 학교에 집어넣었다』는 것이 한 경찰관계자의 분석이다.
김씨도 직접 돈을 받았다. 육군 건설단장 임영규준장의 부인 방재옥씨(47)는 『내신 5등급인 아들이 후기입시에도 떨어져 걱정하던 차에 「등산친구」가 김 이사장을 잘 아니 전문대라도 보내라고 해 억지로 아들을 끌고 가 경영과에 넣었다』며 『자기실력인지 도와주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임씨는 이 「등산친구」에 『사우나와 점심대접,55만원짜리 양복티켓을 선물하는 걸로 사례했다』고 해 불구속입건됐다.
서울 서초경찰서 김정남 형사과장의 부인 박연숙씨(47)는 여고동창인 김 전 이사장에게 부탁해 딸을 유아교육과에 합격시켰다.
박씨도 돈을 주지는 않았다고 했다. 아직 경찰조사를 받지않은 이들은 계장급 검찰직원 2명과 도피중인 황병목 당시 성남경찰서 정보과장,전 보안사 직원(3급),선화예고 윤리교사 이씨 등 고교고사 2명,이들외에 담배인삼공사 직원 김왕기씨(49)도 경찰수사를 받고있다.
딸을 2천만원을 주고 상업디자인과에 부정입학 시킨 혐의로 구속된 이춘자씨(50·여)는 당시 안기부 성남 지역담당관인 동생이 알선한 것으로 밝혀졌다.<하종오기자>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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