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사회 이런 일이” 일제 비난/지지율 하락속 또 하나의 악재/클린턴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데이비드 코레시 일파가 19일 불길에 휩싸여 몰사한 참사의 불똥이 클린턴 미 행정부에 튀어 그렇지 않아도 추락하던 클린턴의 지지율을 한층 끌어내릴 전망이다.
미국민들은 코레시 일당이 일순간에 한줌의 잿더미로 변해가는 장면을 CNN,CBS,ABC,NBC 등 주요 TV방송들의 생중계로 생생히 목격했다. 때문에 미국민들은 저마다 21세기를 7년 앞둔 현대의 문명사회에서 어떻게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라는 탄식들을 해왔다. 특히 잿더미로 화한 시체중에는 모두 25명의 어린이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중 10세이하도 17명이나 있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비난의 화살이 FBI쪽으로 옮아가기 시작했다. 비록 광신도들이 스스로 불을 질렀다고 해도 지난 50여일이나 이곳을 지키고 있었던 연방경찰들은 이런 비극만은 피할 수 있도록 만반의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는 비난이 쏟아져 나왔다.
미국민들의 비난은 대체로 두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연방경찰이 코레시 집단의 집단자살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연방경찰과 대치를 벌이는 경우 결국 자살로 결말나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것은 일반상식이고 특히 지난 1978년 짐 존스가 이끌던 사교집단 인민사원의 경우 무려 9백12명이 떼죽음을 당한 일도 있었기 때문에 코레시가 집단자살극을 연출하려 들 것이라는 것은 얼마든지 예측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둘째는 미연방수사국(FBI)은 건물내의 어린이들이 방독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은 것을 알고도 왜 독한 최루가스를 쏘았느냐는 것이다. 건물내의 어른들에게는 방독마스트가 지급돼 있었으나 어린이들은 아무런 방비없이 위험에 노출된 상태였다. 리노 법무장관은 이같은 비난에 대해 『그날 작전은 당시로서는 최선책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를 승인한 것이며 시간이 가면 갈수록 사건의 해결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날 작전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최루가스를 건물내로 쏘아부으면 어머니들이 어린이를 껴안고 버티다가 결국은 가스를 피해 건물 밖으로 튀어나올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즉 최루탄 발사는 「어린이문제」를 고려해 실시한 것이라는 답변이다.
그는 코레시 일당이 불을 질러 자살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기 때문에 소방차는 대기시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작전중 건물에 불이나자 뒤로 물러나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한채 불이 꺼질 때까지 우두커니 서있었을 뿐이었다.
연방경찰이 좀더 신중하게 대처했어야 했다는 비난이 계속되자 클린턴 대통령은 사고 24시간뒤인 20일 하오 1시30분(워싱턴 현지시간) 백악관 로즈 가든에 나와 이 문제에 관한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다. 클린턴은 리노 법무장관이 『대통령은 몰랐다』는 언급과는 달리 리노가 이 문제를 보고할 때 만약의 사태를 예상한 질문들을 했으며 역시 이 방법이 최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를 승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임무수행중인 연방경찰을 4명이나 죽인 이들 사교집단이 자살했다고 해서 법무장관이 사임해야 할 이유는 없다』며 법무장관 사임설을 일축했다. 그리고 작전의 책임은 리노 법무가 진다해도 국민에 대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자신이 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과연 연방정부가 그날 아침 탱크로 공격할 수 밖에 없었는지,좀더 기다렸더라면 과연 좀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지 등에 대해 누구도 결론을 내릴 수는 없는 일장이다. 많은 시민들은 너무 끔찍했다는 기억만 갖고 있을 뿐이다. 하원 법사위는 이 문제를 캐기위해 예외적으로 법사위 전체의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상원 역시 앨런 스펙터 의원의 발의로 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다. 청문회가 진행되면서 자세한 사건의 전말이 밝혀질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이번 웨이코 사건의 처리는 정부가 신중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크며 어쩌면 군대내의 동성연애자 허용,세금인상 결정 등과 관련해 이미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클린턴에게 결정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약 2개월전 58%의 높은 지지율속에 취임한 클린턴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49%의 지지를 얻는데 그쳐 역대 신임 대통령 가운데 최저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집권 2개월후 클린턴 전임자들의 지지율을 보면 조지 부시가 58%,로널드 레이건이 67%,지미 카터가 63%였다. 클린턴의 지지율은 49%는 취임직후 워터 게이트 사건을 주도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을 사면했던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50%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클린턴의 지지율은 이번 사건으로 한층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야당인 공화당 및 언론이 그동안의 밀월관계를 청산하고 클린턴에 대한 공격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 타임스는 20일 웨이코 사건에 대한 사설을 싣고 FBI의 이번 작전이 『처음부터 끝까지 잘못 처리됐다』고 비난했다.
클린턴의 반대자들은 군대내 동성연애 허용,에너지세 신설 등 못마땅한 시책을 강행해오던 클린턴을 향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대적인 반격의 포문을 열고 있다.<워싱턴=정일화특파원>워싱턴=정일화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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