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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 할머니”(장명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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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 할머니”(장명수칼럼)

입력
1993.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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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다방에서 노인들 몇분이 차를 마시다가 엽차를 달라고 했는데,다방주인이 종업원에게 『저 할아버지들에게 엽차좀 갖다드려라』라고 시키자 몹시 화를 내는 것을 보았다. 『손님들께 엽차를 드리라고 하면 될텐데 왜 할아버지라고 하느냐. 우리가 당신 할아버지냐』고 노인들은 말했다. 젊은 다방주인은 『할아버지를 할아버지라고 부른 것이 무슨 잘못인가』라는 표정이었지만,나는 그 노인들의 주장이 옳다고 생각했다.남자고 여자고 나이들면서 밖에서 자기를 부르는 호칭 때문에 기분을 상하는 때가 많다. 「학생」이라고 불리다가 「아가씨」와 「젊은이」가 되고,끝내 「할아버지」와 「할머니」로 불릴 때 누구나 묘한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아주머니」 「아저씨」 「할머니」 「할아버지」 등은 본래 가족간의 호칭이지 사회적인 호칭이 아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이 말들이 상대방의 나이를 어림잡아서 적당히 붙이는 호칭으로 사용되고 있다. 나이와 연결되기 때문에 상대방을 약올리기 위해서,또는 기분을 맞추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물건을 뒤적이다가 안사고 돌아서는 젊은 여성을 「아줌마」라고 부르거나,주부임이 분명한 여성을 「아가씨」라고 부르며 비위를 맞추는 점원들을 가끔 볼 수 있다.

옛날에는 친한 친구의 부모님도 「아버님」이나 「어머님」으로 부르기가 조심스러웠는데,요즘에는 미장원에 가도 백화점에 가도 「어머님」 소리를 자주 듣게 된다. 『어머님에게는 이 옷이 훨씬 젊어 보입니다』 『어머님 파마를 하세요』라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가족간의 호칭이 사회적으로 남용되는 것은 공사개념의 혼돈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손님」으로 존중해야할 고객을 「아주머니」 「할머니」 등으로 부르면 친밀감을 더하는 경우도 있겠지만,함부로 대하게 될 위험도 있다. 집에서 가족을 부르는 호칭은 가족 사이에서만 아끼고,밖에서 사용하는 호칭은 따로 개발해야 한다.

한국일보가 꼭 10년전에 「신례기」라는 시리즈를 연재하면서 가족·친족·친지간의 호칭과 직장 등에서 쓰이는 호칭을 다룬 적이 있는데,우리말이 그처럼 다양한데도 정확한 호칭이 정립되지 못하고,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조차 혼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고,오히려 젊은 인구가 늘어나면서 언어의 혼란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부부사이나 친한 사이에서는 정다운 호칭인 「당신」을 잘못쓰면 『당신이라니?』라고 당장 시비가 붙는 것처럼 「할머니」 「할아버지」도 귀여운 손자 손녀가 부를 때나 정다운 호칭이다. 특히 서비스업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호칭을 항상 조심해서 쓰고,어린 직원들을 성의있게 가르쳐야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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