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계열사 연결고리 차단등/모든 정책수단 강도높게 집행/“재벌이라고 봐주던 시대는 끝났다”개발독재 과정에서 「공룡」이 된 재벌이 수술대에 올랐다. 정부는 「신경제 5개년계획」의 지침을 통해 재벌의 문어발식 경영을 강력히 억제키로 하고 ▲업종 전문화 ▲소유분산 촉진 ▲재무구조 개선 정책을 추진키로 했다. 문구만 봐서는 정부의 재벌정책이 과거와 별로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정부안의 기류와 대통령의 의지는 과거와 전혀 다른다. 정부 당국자는 『재벌의 경영구조를 현행대로 놔두어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인식을 대통령은 물론이고 관계부처가 모두 함께 하고 있다』며 『인위적이고 물리적인 방법에 의한 통·폐합이나 강제적인 소유분산정책은 결코 추진하지 않을 것이지만 그 이상의 효과가 나타나도록 유도하는 각종 정책은 강도높게 시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영삼대통령도 국민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3·19경제담화」에서 『대기업은 전문화되어야 한다』고 밝혔고 최근에는 『대주주가 지분을 많이 갖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5%의 지분만 갖고도 경영권 유지가 가능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김 대통령이 대선과정에서 재벌의 폐해를 누구보다도 실감나게 체득했다』며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위해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30대 재벌의 내부 지분율이 평균 46.1%(92년 4월1일 기준)에 이르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재벌소유 구조의 대개편을 예감할 수 있은 부분이다.
이 바람에 재계는 김 대통령이 사실상의 재벌해체를 겨냥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아연 긴장하고 있다. 향후 5년동안 재계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는 대기업 전문화와 관련,재벌그룹당 2∼3개 주력업종을 선정하여 세계적인 대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유도해 나갈 방침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우선 그룹 계열사간의 연결고리를 차단할 계획이다. 한 당국자는 『재벌그룹들이 출자와 담보 인사관리(임원겸직) 등 3개 수단을 통해 수십개의 기업을 하나로 묶어 지배하면서 문어발식 확장을 꾀하고 있다』며 『부당한 내부거래 규제와 상호 빚보증제한 강화,출자규제 강화 등을 통해 이같은 연결고리를 점차 약화시켜 각 계열사를 독립경영 단위로 떼어놓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그룹내 한계기업(타계열사의 지원으로 경영이 유지되는 기업)을 과감히 정리하도록 하고 중소기업 관련업종도 분리토록 할 방침이다.
소유분산 유도정책도 강력하다. 정부는 유상증자나 기업 공개시의 무의결 주식발행 비율을 현행 공개주식의 50%에서 25%로 낮추기로 하고 관계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현재 대부분의 무의결권 주식이 재벌 사주의 지분율 확보를 위해 발행되고 있다. 또 소유분산 정도에 따라 총액출자규제(현 순자산의 40%)와 상호채무보증한도(96년 3월까지 자기자본의 2백%로 축소)를 차등화하기로 했다.
이와함께 회사 돈을 빌려 자기회사 주식을 매입하거나 신주를 인수하는 식으로 소유지분을 유지하는 폐습을 막기 위해 대주주에 대한 대여금과 가지급금을 강력히 규제키로 했다. 국세청도 재벌사주 가족에 대한 상속·증여세 부과를 강화,세금없는 「부의 세습」을 차단키로 했다. 주요 재벌의 내부지분율(92년 4월)은 현대 65.7%,대우 48.8%,삼성 58.3%,럭키금성 39.7%,쌍용 37.7% 등이다.
금융정책과 산업정책의 기조도 바뀌었다. 정부는 자동차 전자 등 몇몇 재벌기업이 구조적으로 독과점하고 있는 업종을 과감히 개방시키기로 했다. 또 재벌여신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특혜금융 지원을 없앨 방침이다. 한 당국자는 『대우조선 지원과 같은 구제금융은 이제 없을 것』이라며 『경영을 잘못하면 재벌도 부도처리하는게 정상』이라고 밝혔다.<이백만기자>이백만기자>
□정부의 대재벌정책
●업종 전문화
2∼3개 주력업종으로 전문화(신산업정책 추진)
그룹내 한계기업정리 강력유도
계열사간 빚보증 및 출자규제 강화
재벌 독과점업종 시장개방 확대 및 외국인투자 허용
구제금융지원 불허
●소유분산(소유경영 분리) 추진
금융기관의 재벌주식 보유 확대
재벌사주에 대한 상속증여세 강화
소유분산 정도에 따라 출자규제 및 빚보증 제한 차등화
비공개 계열사 공개 촉진
무의결권주 발행비율 축소(공개주식 50%에서 25%로)
대주주 및 타계열사에 대한 대여금 가지급금 엄격히 규제
●재무구조 개선
계열사간 연결재무제표 작성의무화
이자비용의 손비인정 제한 및 내부유보 손비인정(차입위주경영 억제)
토지자산 재평가제 일정기간후 폐지
공개 및 유상증자자금 일부 차입금 상환 의무화
●비자금조성 등 부조리 방지
계열사간 부당한 내부거래 규제
하도급 비리 엄단(직권조사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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