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재산파문 우려” 신중론 부상/계파 이해도 걸려 논란 커질듯민자당은 제도적 개혁의 첫 단추인 공직자윤리법 개정을 예정대로 이번 임시국회에서 해낼 수 있을까. 임시국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자 새삼 제기되는 의문이다.
오는 26일 열리는 제1백61회 임시국회에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장담하던 민자당의 태도가 다소 흔들리는듯한 기미가 감지되고 있다.
당이 공식적으로는 개정안 처리방침을 거듭 확인하고 있지만 일부 고위당직자 사이에선 다른 뉘앙스의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상당수 의원들이 「신중론」을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민자당내에는 성급하게 개정했다간 또 한차례 재산공개의 풍랑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적지않다. 특히 재산 재공개 문제에서 상당수 의원들은 지난번 파문의 「악몽」을 떠올리며 몸을 움츠리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측의 개혁의지가 여전히 견고하다는데 민자당의 고민이 있다. 이제와서 법개정에 주저하거나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야당에 공세의 빌미를 제공할뿐더러 청와대측으로부터 곧바로 「개혁에 역행하는 당」이라는 질책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자당내에 공직자윤리법 개정을 늦추자는 주장은 아직 표면에 노출되지 않고 있다. 다만 더 좋은 법을 만들자는 취지의 「신중론」과 야당과의 협상을 내세우는 실무적인 문제제기가 있을 뿐이다.
이와관련,김영구 원내총무는 21일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가능한한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야당과 합의처리해야 하는 만큼 시한을 못박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과의 협상을 개정안 처리여부의 「고리」로 걸어놓은 셈이다.
결국 민자당은 민주당과의 협상수준을 어느정도 해야할 것인가를 놓고 새로운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민자당의 시각에서 볼때 「무책임한」 야당의 주장을 모두 수용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협상 미진을 이유로 처리를 미룰 수도 없는 피곤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게다가 실제로 당내에 개정안 처리의 지연 또는 완화를 희망하는 세력이 엄존한다는 사실은 민자당의 입장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민자당내 공직자윤리법 개정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정치관계법 심의특위 소속의 한 의원의 얘기는 이같은 복잡한 당내 사정을 잘 반영한다.
이 의원은 『지금은 법안의 실무적 문제점을 지적하기만해도 기득권세력 또는 보수인사로 몰리는 분위기』라면서 『논의과정에서 신중론을 펴기가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즉 당내에 보수세력에 대한 경계분위기가 적지않은 만큼 실제로 그같은 움직임도 존재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따라서 공직자윤리법 개정에 대한 민자당내의 「신중론」은 액면 그대로 책임감있는 여당의 모습으로 비치기도 하지만 그같은 명분으로 포장된 수구파의 보이지 않는 저항으로도 풀이될 수 있다.
물론 신중론자들의 주장이 일견 설득력을 갖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재산공개의 대상자가 논란거리이다. 우리나라의 독특한 가족문화 때문에 직계존비속의 재산을 공개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으나 외국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출가한 아들·딸의 재산공개는 곤란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한 야당 주장대로 재산공개 공직자의 범위를 대폭 확대할 경우 대상자의 수가 엄청나게 늘어나 여러가지 실무적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실사가 사실상 어려워질뿐더러 관보 등에 등재하기도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밖에 각종 동산 등 공개할 재산의 범위,군의 경우 보안의 문제,공개방식 등이 논란을 빚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실무적 논란 틈새에 끼여있는 재공개 문제는 민자당내 각 계파간의 첨예한 이해다툼으로 해석되는 측면도 있다. 재산공개가 개정된 법의 엄격한 기준에 따라 다시 실시될 경우 지난번 공개때 축소·변칙신고한 의원들은 치명타를 받게 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민자당은 지금 당내 이해관계의 대립속에서 청와대와 야당으로부터 동시에 공격을 받는 안팎 곱사등이 형국에 처해있는 것이다.<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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