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지지표로 달라” “건강한 야당이 필요”「가신과 원칙주의자의 대결」. 부산 사하구 보궐선거에서 김정길후보(민주)가 박종웅후보(민자)를 상대로 내건 선거구호이다. 김 민주 후보는 최고위원급의 민주당 중진이다.
이에 비해 박 민자 후보는 선거 초년병. 그러나 박 후보는 김영삼대통령의 「조깅파트너」일 만큼 최측근 인사이다.
부산이 어떤 곳인지는 누구나가 다 안다. 김영삼대통령의 가신이 나선다면 어느 선거이건 「해보나 마나」라는게 통념이다. 부산 출신인 김 후보가 이를 모를리가 없다. 그 스스로도 박 후보를 가신이라고 부르며 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 보통 힘겨운게 아니다. 부산은 김 대통령의 정치행적을 그대로 뒤따르며 전통 야도에서 대표적 여도로 바뀌었다. 야도냐,여도냐의 개념이 무색할 만큼 김 대통령 개인의 절대적 지지기반이다. 김 후보가 이를 깨보려고 부산의 야성을 자극해보려하고 있지만 두고볼 일이다.
사하선거에 쏠리는 관심은 따라서 「YS의 철옹성」에 뛰어든 야당 중진과,김 대통령이 「보증」한 YS 직계간 대결에 압축돼 있다.
이들 두후보를 포함,선거에 뛰어든 후보는 모두 5명.
이 지역은 김 대통령의 정치적 근거지였던 서구에서 분리된 곳이다. 12,13,14대 국회의원선거 당시 서석재 전 의원이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고 지난해 대선 때도 김 대통령에게 74%의 지지를 보내 김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
이같은 지역설정을 고려,각 후보들은 각각 개혁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YS에 대한 충성과 기대를 은근히 드러내는 등 신중한 선거전략을 펼치고 있다.
부산 서구 암남동 출신인 박 민자 후보는 경남중·고교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뒤 통일민주당 총재 공보비서관,민자당 총재보좌역 등의 정치경력과 함께 7년여간 YS의 조깅파트너로 가신역할을 다해온 자신의 경력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통해 YS에 대한 선망을 자신의 표로 흡수한다는 것이다.
신한국 창조의 젊은 기수를 표방한 박 후보는 『이번 보궐선거는 정치개혁의 시험장이며 YS 정치개혁의 중간평가 성격을 지닌다』고 애써 강조하는 한편 자신의 학생운동권 경력을 내세워 여권의 취약계층인 학생 및 지식층 표몰이에도 애쓰고 있다.
김 민주 후보는 야당 불모지 부산에 전통야당의 씨를 키워낼 줄 아는 유권자들의 수준높은 정치의식에 호소하고 있다.
부산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인근 영도구에서 12·3대 국회의원으로 뽑혔던 김 후보는 통일민주당 수석부총무와 야권통합협상 대표단장으로 활약한 자신의 정치경륜을 내세우고 있다. 그는 『3당 합당때 YS를 따르지 않는 것은 야당 후보를 뽑아준 민의를 저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김영삼대통령의 개혁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선 건강한 야당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 후보측은 뒤늦게 공천이 결정되는 바람에 조직에 애로를 겪는데다 중앙당의 자금지원이 거의 없어 힘들어하고 있다. 더군다나 지난 14일 발생한 최형우 전 민자당 사무총장의 사퇴파문의 여권의 동정표로 이어질지 몰라 고심하고 있다.
박찬종대표의 국회 보좌관과 비서실장으로 20년 정치경력을 쌓아온 홍순오후보(신정)는 『자신을 선택하는 것이 박 대표를 차세대 정치지도자로 만드는 길』이라고 강조하며 유권자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20∼30대 젊은층과 영세민 계층을 집중 공략중.
도서출판 「용수」 대표인 박용수후보(무)는 『새시대 새 정치인상을 보여주겠다』며 공단 여성근로자들을 위한 탁아소 건립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전북 임실 태생인 유강열후보(무)는 『동서와 계층간 화합을 할 수 있는 정치를 구현하겠다』고 강조하며 이 지역에 4번이나 출마해 고배를 마신 자신의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부산=최헌기자>부산=최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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