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계속 화합」 업무방식등 작용/김 대표·민정계 행보에도 활기민자당에 황명수 사무총장체제가 들어선지 21일로 1주일이 됐다.
황 총장은 취임당시 기자회견서 『총장 한사람이 바뀐다고 거대 여당에 무슨 큰 「변화」가 있겠느냐』고 말했었다. 개혁의 변함없는 추진을 다짐하는 의미였다.
그러나 그로부터 꼭 1주일이 지난 지금 황 총장의 이말은 많은 당내외 인사들로부터 다른 각도에서 부정되고 있다.
『총장 한사람이 바뀌고 나니 당이 몰라보게 달라졌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 부쩍 늘어난 것이다.
이들이 느끼는 민자당의 변화는 개혁의지의 퇴보나 권력축의 이동 등 무거운 내용은 아니다.
이보다는 황 총장이 몰고온 민자당내의 훈풍과 화기 등 감각적인 부분이 더 크다.
우선 당을 마치 「남의 집」 보듯 하던 소속의원들의 당사를 찾는 발길이 부쩍 늘어났다.
「평생동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대량감원의 찬바람을 맞아야 했던 사무처의 각방에서 웃음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추락하는 날개」의 신세로 비쳐졌던 김종필대표의 행보에서도 활기가 느껴지고 있다. 김 대표는 20일의 확대당직자 회의에서 『앞으로 자주 의원들과 대화를 갖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나설 정도가 됐다.
꿔다놓은 보릿자루 신세 마냥 축 처져있던 민정계 의원들의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처럼 민자당이 다소 「풀어지는 듯한」 방향으로 변모하게 된데에는 황 총장 특유의 업무스타일과 황 총장의 미묘한 정치적 위상,당을 둘러싼 정치환경의 변화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먼저 황 총장은 전임 최형우총장과 달리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면서도 「질서와 위계 화합」을 같은 비중으로 강조하고 있다. 황 총장은 이 차원에서 김 대표를 「당의 어른」으로 깍듯이 대하고 있고 사무처의 화합을 유달리 당부하고 있다.
사무처의 한 당국자는 『황 총장은 최 전 총장 못지않은 뚝심과 소신이 있으면서도 최 전 총장에 비해 보다 개방적이고 「여백」이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민주계의 한 당직자는 『황 총장은 자신이 최 전 총장의 「액운」에 의해 대타의 역할을 맡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며 『따라서 일에 있어 절대로 무리한 욕심을 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황 총장의 정치적 비중이 최 전 총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해서 민자당 각 부문이 느슨해졌다는 시각도 있다.
황 총장이 김영삼대통령의 가신그룹 출신이 아니고 특별히 자신의 세를 가지고 있지도 않아 김 대표 민정계 사무처 등 민자당 각 부문의 「경계심」을 현저히 약화시켰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황 총장은 『천부당 만부당한 소리』라고 이같은 견해를 일축하고 있다.
실제로 황 총장은 20일 아침 취임후 처음으로 청와대에서 김 대통령을 독대,최 전 총장과 마찬가지로 청와대 「핫라인」을 계속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에 앞서 황 총장은 기자들에게 『매일 저녁마다 김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현안에 대해 보고하고 있다』고 일부러 밝히기도 했다.
황 총장은 개혁문제에 대해서도 「불퇴전의 의지」를 자주 피력하고 있다. 『일단 옳다고 판단되기만 하면 밀어붙이는데 있어 최 전 총장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어쨌든 신임총장을 맞이한뒤 1주일동안 민자당의 분위기는 확실히 달라졌다는게 일반적인 의견이다.
황 총장이 최 전 총장의 「그늘」을 굳이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나름의 구상을 구체화시켜 나가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 점도 분명한 것 같다.
그 시도가 전임자의 경우처럼 「도중하차」로 결론지어질지 아니면 성공작으로 기록될지는 좀더 시간을 두고 지켜볼 일이다.<신효섭기자>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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