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 서울 한복판에서 총격전이 벌어졌다. TV화면에 잡힌 현장은 마치 폭력영화에서 보는 테러진압 장면을 방불케 한다. 놀랍고 두려운 우리의 현실이다.무장 탈영병의 총기광란으로 무고한 시민들이 죽고 다쳤다. 목숨을 잃은 시민은 아무런 까닭도 없이 조준사살됐다고 보도되고 있다. 총기난동범의 붕괴되고 황폐된 인성에 먼저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같은 사건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는지에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개혁과 사정바람이 공직사회를 거세게 몰아 붙이는 사이에 모든 책임있는 자리를 책임지고 지켜야할 사람들이 책임을 다하지 못한 사정도 있었던 것이 아닌가,사회기강이 곳곳에서 풀리고 무너져 있는 까닭이 아닌가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총기난동의 주인공이 복무중인 사병이었다는 점에서 군내부의 기강이 문제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군당국이 소속부대장인 사단장을 해임하고 중대장 등 상급자 4명을 구속하는 등 신속하게 대처한 것은 사태의 중대성을 인식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사병의 정서관리는 사병을 길러낸 사회와 가정에도 책임이 없지 않지만,직접적으로는 전적으로 군내부의 문제이다. 전과기록이 있고 입대후에도 탈영전력이 있는 문제사병에게 부대의 무기관리를 맡겼다면 총기난통 사태를 간접적으로 유도한 것과 무엇이 다른가.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전방 부대에서의 탈영에서 서울시내 진입까지 허술하기 짝없는 추적·검색체제다. 탈영사실이 늦게 알려진 것,검문소들을 무사통과한 것,군부대 사이 또는 군영사이의 종횡간 연락체제가 지리멸렬했던 것들은 이러고도 우리 시민들이 「당국」을 믿고 살아도 되는 것인지를 의심스럽게 하는,어처구니없는 전 시대적 허점들이다.
그러나 우리는 사건의 표면적인 수습이나 처리보다는 사건 내부에 숨은 근원적인 문제들에 당국이 어떻게 접근하고 대응하는지에 더 관심을 갖고자 한다. 겉으로 불거진 문제에 미봉책으로 시종하는 대책은 문제를 확대 재생산하는데 그친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자주 보아왔다.
우리 사회는 요즘 급격한 변동기의 한가운데 있다. 개혁의 큰 흐름이 정치권으로부터 공직사회로,군으로,경찰로,그리고 사회의 모든 부문으로 도도하게 몰려가고 있다. 이런 흐름은 불가피하고 필요한 것이지만,자칫 일상적 과제에 소홀하거나 아예 물결에 쏠려 기본적으로 할 일을 잃어버리게 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비록 돌발적인 사태였다고는 하나 수도치안이 보통 중요한 일인가. 시민을 불안하게 해서는 개혁을 이룰 수 없다. 느슨해진 기강을 바로 잡도록 더 엄중한 문책이 있어 마땅하다. 책임자들이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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