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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련서 본 한국/정병진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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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련서 본 한국/정병진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3.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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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최대 신문인 「뉴 스트레이츠 뉴스」지는 20일자 조간에서 한국 관련소식을 2개면에서 톱기사로 다루었다.자신들의 국내 뉴스면에는 한승주 외무장관의 말레이시아 방문을 커다란 얼굴사진과 함께 실었다. 『경제가 몹시도 발전한 한국의 외무장관이 방문하여 상당히 「우아한」 대화를 나누었다』는 요지의 이 기사는 한국을 「간단치 않는 국가」로 보고 있었다.

그러나 「월드뉴스페이지」(국제면)에는 또다른 한국소식이 해설기사 형태로 머리기사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34명의 정신질환자가 그들이 보호돼있던 정신병원의 화재로 죽었다』는 제목이 붙어있었다. 간단히 사고경위 설명뒤에는 장문의 해설이 따랐다. 『손발이 묶이고… 불에 탄채… 질식하여…』 등의 현장묘사와 함께 사고원인에 대한 분석이 뒤따랐다. 『새정부 출범이후 해이해진 사회기강은… 지난번 우암 아파트사고와 마찬가지로… 아직도 불법과 탈법이 있어…』 시각과 표현이 더할 수 없이 「적나라」했다. 그리고 이 기사는 지난 71년 크리스마스때 1백65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연각호텔 화재사건을 상기시키면서 끝을 맺었다.

기사는 특히 『한국이란 나라가 경제적으로 발전하긴 했지만 사회질서나 사회기강은 71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는 대한 인식의 일단을 주저없이 노출시키고 있었다.

한 외무장관은 적지 않은 예산을 써가며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등을 순방하며 가는 곳마다 「문민정부 한국」의 위상을 「만끽」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상대와 나누는 외교적 수사의 언저리뿐에서인 것 같다. 한 장관의 사진과 함께 같은 신문에 실린 「정신병원 34명 사망」사건 기사는 한국에 대한 이들의 냉소적 시선을 한순간에 느끼게 해주고 있었다.

다행히도 무장군인의 혜화동 총기난동사건은 한 장관 일행이 말레이시아를 떠난 뒤에야 보도될 것이다. 그러나 다음 목적지인 태국에서는 다시 한 장관 얼굴과 무장군인의 난동사건이 함께 실릴지도 모를 일이다. 더구나 유엔 아태경제사회이사회(ESCAP) 개막 팡파르와 한국의 소식이 함께 보도될지도 모른다.

『회원국들에 뭐라고 하지…』 한 장관을 수행중인 한 외교관은 상대 외교관들과 나눌 대화의 주제에 벌써부터 곤혹스러워하고 있었다.<콸라룸푸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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