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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중의 스타/정달영(화요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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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중의 스타/정달영(화요칼럼)

입력
1993.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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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대통령의 언행을 우스개로 엮은 책이 나와 잘 팔려나간다고 한다. 언론에 조금씩 인용된 내용으로 보아서도 작가의 재치와 현실감각이 상당한 수준인듯 싶다. 라는 제목의 이 책은 대통령 자신에게도 그다지 언짢지는 않게 읽힌 모양이다. 이런 책이 나오고 팔려나가고 하는 것에서 세상 참 많이 달라졌음을 실감하게 된다.<…못말려>는 고집스러움,돌파력,의외성 같은 뉘앙스를 풍기는 표현이지만,요컨대 「YS 잘한다」는 뜻에서 그리 멀지 않다. 취임한지 두달도 채 안된 대통령의 개혁조치들에 대해 「잘한다」는 지지율이 90%나 된다는 한 여론조사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그야말로 <못말려> 수준의 파격적인 지지율 상승이다.

고교생 5백명을 대상으로 인기도를 물었더니 대통령이 「스타중의 스타」 1위로 떠오르더라고 한다. 최진실이며 허재 같은 대중스타들은 저리 가라다. 자,지금 우리 사회 구석구석을 강렬하게 압도하는 우상은 놀랍게도 대통령 한사람뿐이다.

김영삼대통령은 짧은시간동안에 엄청난 변화를 몰아온 것이 사실이다. 일련의 개혁조치들이 전광석화식으로 전개되면서 그 속도감과 빠른 장면전환이 많은 사람들의 정신을 빼앗고 있다. 언제 어디서 또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지 예측을 할 수 없게 한다. 『밤새 안녕하시냐』는 인사말이 그럴듯하게 들릴 정도다. 개혁 자체보다도 개혁조치에 부수되거나 자연발생적으로 터져 나오는 사건 사고 사태의 연속이 충격을 더해주기도 한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은 소설로,또 영화로 유명한 문예작품의 제목이지만,지난 수십일동안의 우리 사회를 풍미한 동명의 패러디이기도 하다. 소설과 영화로서가 아니라 실제상황으로서의 <…일그러진 영웅>이 날마다 양산되고 있음을 본다. 그 일그러진 얼굴들은 우리 자신의 모습이어서 더욱 충격이다. 한마디로 추악하다.

재산공개에서 드러나고 다시 입시부정에서 폭로되는 우리 사회 지도층의 몰골은 탐욕무한,후안무치의 전형들이다. 그 얼굴들을 보면서,우리는 언제부턴가 우리가 재산을 늘리는 일이나 제 자식에게 돈들이는 일에 염치도 양심도 체면도 없었음을 인정하게 된다. 그가 누구든,이악스럽지 않고서는 세상살이에서 시시각각으로 낙오되던 현실을 유의하게 된다. 하다못해 목소리가 크든가 주먹이라도 강해야만 생존의 줄서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세태를 우리는 지난 한세대 이상 견디어 오고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재산의 증식만이 모든 가치를 우선하는 사회,그중에서도 땅의 소유가 지나간 시대의 가난했던 한을 푸는 첩경이며 그로써 졸부를 만들어주기도 하는 사회. 그같은 곳에서 예의며 염치같은 정신적인 가치를 말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정신나간」일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대통령은 우리 자신의 일그러진 얼굴을 다시 대면하게 만들어준 셈이다. 그리고 그는 『땅의 소유가 고통이 되게 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재산공개로 드러난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문제의 핵심에 비수를 꽂았다.

그가 여전히 「1인자」인 것도 4·19의 복원에서도 자연스럽게 과시되는 중이다. 지난간 30여년간 군부세력 통치에서 의도적으로 축소되어온 4월의 의미를 「현재 진행형의 혁명」으로 되살리고 승계할 수 있는 자격은 온전히 그의 것일 수 있다. 그가 정통성있는 문민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5월의 문제인 「광주」를 푸는데에도 그는 적임이다. 5·6공은 불가능했으나 그는 다르다. 아마도 그는 해낼 것이다.

걱정이 있다면 그가 혼자라는 사실이다. 「1인자」라는 사실이다. 「스타중의 스타」라는 사실이다.

그는 마치 수많은 「용서받지 못할 자」들을 처단하는 정의로운 보안관의 이미지를 지닌다. 가슴에 번쩍이는 별이 출현할 때마다 멋진 응징의 장면이 연출된다. 적어도 90%의 관객이 감동의 박수를 치고 있다. 이들의 열렬한 박수를 유지하게 하기 위해서는 더욱 더 멋지고 통쾌한 장면이 계속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김 대통령의 개혁에 공감과 성원의 박수를 보내는 국민들은 이 개혁이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지점이 어디인지,그곳에 도달하면 어떤 풍경이 나타날 것인지에 궁금증을 갖기 시작했다. 또한 그곳에 도달하기까지 경유지가 어디 어디이며,경유지에 어떤 비바람을 격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알고 싶어 한다. 무엇보다도 헷갈리는 부분은 이 엄청난 역사의 흐름을 주도하는 힘이 대통령 혼자의 것일 수 있느냐 하는 의문이다.

우리 사회 개혁의 큰줄기는 이제 「못말리는」 수준에서 「말릴 수도 있는」 수준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1인자 혼자 끌고 혼자 「스타」가 되는 개혁이어서는 안된다. 제도로서의 정착이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그에 앞서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의 모든 물신을 정신의 가치로 바꾸어놓은 일이다. 그것이 4월에서 5월로,다시 5월에서 6월로 가는 개혁의 명제가 아닌가 한다.<본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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