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손발 묶인채 절규하다 집단소사/논산 정신병원 화재참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손발 묶인채 절규하다 집단소사/논산 정신병원 화재참사

입력
1993.04.20 00:00
0 0

◎하나뿐인 철제문 자물쇠 “꽁꽁”/소방검사 안받고 무더기수용/곳곳 8∼9명씩 뒤엉켜 숨져【논산=최정복·유승호·최성욱·전성우기자】 19일 상오 1시40분께 충남 논산군 논산읍 부창리 218의 2 서울신경정신과의원(원장 이승민·41) 입원병동에서 불이 나 박갑성씨(62·논산읍 화기리 120) 등 환자 34명(남자 23명)이 불에 타 숨지고 2명이 중화상을 입었다.

불이 난 입원병동은 병원 본관과 떨어진 조립식 철제 가건물로 전담관리인이 없는 상태에 환자들이 초과수용돼 있었다.

목격자들에 의하면 불은 병동내 간호사실 옆 약제실과 격리실 부근에서 일어나 순식간에 병동 전체로 번졌다.

논산소방서와 의용소방대 등 2백여명의 소방요원이 소방차 6대를 동원,진화에 나섰으나 철제외벽이 불에 달아올라 접근이 어려웠고 건물에 창문이 없어 손을 쓰지못했다. 소방관들은 특히 자물쇠가 채워진 출입구쪽의 불길이 심해 다른쪽 벽을 도끼로 부수고 들어갔으나 이미 건물이 전소되고 환자들이 숨진 뒤였다.

철제벽을 도끼로 뜯고 들어갔던 소방관들은 『건물내벽에 스티로폴이 많이 사용돼 삽시간에 불이 번진데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압박붕대 등으로 발목이 묶여있어 탈출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환자들은 여자입원실에 11명,남자입원실 2개에 각각 8∼9명씩 뒤엉켜 숨져있었으며 연기와 불길을 피해 화장실로 들어가 숨진 환자도 4명이나 됐다.

경찰은 관리인 하종호씨(37)가 알코올 중독환자인 배한숙씨(65)가 다른 환자와 싸운뒤 담배를 달라고 해 담배에 불을 붙여 건네줬다고 진술함에 따라 배씨가 홧김에 방화했거나 누전 또는 담뱃불로 인한 실화로 보고 조사중이다.

검찰은 또 20일중 원장 이씨를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키로 하고 논산보건소 김창호 예방의약 계장을 소환,조사중이다.

사망자들은 논산백제병원 영안실에 안치됐고 관계당국은 논산군민회관에 사고대책본부를 설치,사태수습에 나섰다.

▷화재가 난 곳◁

논산 백제병원 신경외과장을 지낸 원장 이승민씨(41)는 전기배선회사가 있던 2층 건물을 구입,지난 2월1일 서울신경정신과 의원을 개업,그동안 입원한 알코올중독·간질환자 등 42명을 치료해왔다.

불이 난 입원병동은 이 원장이 지난 2월16일 병원 본건물 뒤편에 별도로 세운 47평 규모의 가건물이다.

병동은 남자입원실 2개,여자입원실 1개,간호사실·중환자 격리실 등을 갖추고 있으나 환자들이 과밀수용됐고 유일한 철제출입문은 항상 잠겨있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