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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달 수의(장명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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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달 수의(장명수칼럼)

입력
1993.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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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이나 이장 등의 행사에 많이 참석해본 목사님과 신부님들은 이렇게 조언하곤 한다.『신도들이 가족의 묘를 이장할 때 참석하는 경우가 있는데,가난한 자가 참으로 복이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간소한 수의를 입고 값싼 나무관에 누워 땅에 묻힌 서민들의 시신은 대부분 깨끗이 흙으로 돌아가 뼈만 정갈하게 남아있으나,대리석이나 값비싼 나무로 만든 관에 고급 수의를 입은 부자들의 시신은 그렇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죽어서 흙으로 돌아가는 길에까지 부자의 치장을 하고,그 치장 때문에 깨끗이 흙으로 돌아가지 못한 시신을 볼 때마다 인간의 욕심이란 얼마나 덧없는가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도 수의에 화학섬유는 쓰지 말라고 권하겠습니다. 무명이라도 자연섬유를 써야 편안하게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올해 음력 3월은 윤달이어서 이장을 하거나 수의를 만드는 가정들이 많다. 죽음과 관련된 일을 함부로 하면 동티가 난다는 두려움을 품고 있던 옛날 사람들은 윤달에는 특별히 날을 안잡아도 묘소에 손을 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윤달에 수의를 만들어두면 길하다는 속설도 있는데,연로하신 부모에게 생전에 좋은 수의를 만들어 드리는 것이 효도로 인식되기도 한다.

사람이 나이들어 자연으로 돌아갈 날이 가까워지면 죽음에 대해서도 친근해지는 것일까. 자신이 죽어서 입고갈 수의를 미리 만들어 장롱에 넣어두고 가끔 꺼내서 통풍시키며 매만지는 노인들의 모습은 이상하기도 하고,아름답기도 하다. 『너무 추운때나 더운때 죽지않게 하소서』라고 노인들이 비는 것은 자신의 장례를 치르는 사람들이 고생할 것을 염려하기 때문에,수의나 산소가 미리 마련되면 이런 걱정도 줄어들 것이다.

아직 수의 걱정이 안 어울리는 선배들 몇분이 얼마전 점심을 함께하면서 『우리도 이번 윤달에 수의를 만들어 두자』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사람이란 언제갈지 모르는데 갑자기 상을 당해 수의를 만들려고 하면 값을 비싸게 부를뿐 아니라,자기가 마지막 입고 갈 옷이니 자기 손으로 준비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 선배들은 교회에서 단체로 10만원 정도의 실용적인 수의를 만드는데 참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교회에서 이런 일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부모님을 위해서 이번 윤달(22일∼5월20일)에 수의를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은 앞에서 인용한 성직자들의 조언을 들었으면 한다. 수의를 사려면 30만원에서 2백만원,관은 50만원에서 4백만∼5백만원을 줘야 하는데,죽음의 길에 부자의 치장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소박한 차림으로 흙에 묻혀 자연으로 돌아가겠다는 부드러운 마음이야말로 죽음의 길에 가장 잘 어울리는 마음일 것이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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