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러시아 공격외교에 일 “수세”/일 「정경불가분원칙」 포기 배경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러시아 공격외교에 일 “수세”/일 「정경불가분원칙」 포기 배경

입력
1993.04.20 00:00
0 0

◎「북방영토 거론」에 쐐기/러·일 정상회담 “떨떠름”러시아의 공격적인 외교에 일본이 수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5월말 일본방문도 러시아의 일방적인 통고를 일본이 마지못해 받아들이는 형국이다.

일본의 이같은 분위기 때문에 지난 15일의 러·일 외무장관회담은 4시간에 걸쳐 진행됐으나 옐친 대통령의 방일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을 확정하지 못한채 계속 조정한다는 선에서 끝나고 말았다.

옐친 대통령이 방일 의사를 전격 표명한 것은 일본측이 북방영토 반환문제를 거론할 수 없는 국제적 환경을 겨냥한듯하다. 14·15일 이틀간 동경에서 열린 서방선진 7개국(G7) 각료회담에서 일본이 북방영토문제를 거론할 조짐을 보이자 옐친 대통령은 미국 프랑스 캐나다 등 G7 수뇌들과 접촉,일본에 압력을 가하도록 우회작전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결국 이번 G7 각료회담에서 총 3백43억달러의 대러시아 지원방안을 받아들이면서도 「영토」의 「영」자도 꺼내지 못했다. 이것도 일본이 지금까지 고수해온 「정경불가분의 외교원칙」에서 벗어난 것이다.

옐친은 또 자신의 방일에 대해 『일본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지원과 영토반환문제는 별개의 것이란 입장을 분명히 밝혔기 때문』이라고 강조,러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측이 영토문제를 의제로 삼지 않도록 미리 못을 박았다.

러시아측이 이처럼 공세로 나오자 오는 7월로 예정된 G7 정상회담을 주최하는 일본으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러시아의 이니시어티브에 말려든 꼴이 됐다.

일본의 러시아문제 전문가들은 최근 러시아가 동해와 북태평양 등 일본 근해에 핵폐기물을 투기한 사실에 인정한 것이나 『앞으로 2∼3년간은 액체 핵폐기물의 해양투기를 계속 할 수 밖에 없다』고 밝힌 것 등도 모두 치밀한 계산아래 이뤄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즉 옐친정권이 무너져 러시아에 논란이 야기될 경우 미국과 러시아의 인근 유럽국들에 악영향이 미치는 것은 물론 일본에도 핵처리문제로 인한 위험의 소지가 크다는 점을 주지시킨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이다.

일본정부측은 이같은 위협의 논리에 따른 G7 국가들의 외압으로 러시아를 지원할 수 밖에 없지만 북방영토반환문제를 협의하지 않는 러일 정상회담은 달가울리가 없다. 옐친 대통령의 특사자격으로 일본에 온 코지레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4일 미야자와(궁택희일) 일본 총리를 만나 옐친의 5월 방일의사를 전달했을 때 미야자와 총리가 즉각적인 확답을 회피한채 「원칙적으로 환영한다」고 언급한 것이나 15일밤의 무토(무등가문)·코지레프 회담에서 옐친 방일에 관한 구체적인 진전이 없었던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오는 25일로 예정된 러시아의 국민투표를 지켜보겠다는 속셈인지 모른다. 옐친이 국민들로부터 불신임을 당해 권좌에서 물러나게 된다면 아무런 쓸모가 없어진 폐품이 돼 불러들일 이유가 없어지게 되며 재신임을 받게 되더라도 한달 이상의 시간적인 여유가 있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판단일 수도 있다.<동경=이재무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