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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의 응어리」 풀어야 개혁성공”/여권 5·18해결 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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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의 응어리」 풀어야 개혁성공”/여권 5·18해결 부심

입력
1993.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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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단체 협조적 분위기… 조율작업 분주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난지 13년이 지났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이 더 지났음에도 광주문제는 아직도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있다.

광주문제의 미결은 과거사를 매듭짓지 못한 역사적 부담과 함께 국민화합의 걸림돌이라는 현실적 짐을 부과하고 있다. 해마다 5월만 되면 5·18은 비극의 잔상을 떠올리게 하며 정치쟁점이 되곤 했다. 5년전인 13대 국회초에 국회차원의 해결책 마련이 시도되다가 좌절돼버리기도 했다.

그러나 93년의 5·18은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격렬한 시위도,소모적 정쟁도 없을듯하다. 또한 광주 현지건,정치권이건 5·18 마무리에 대한 기대가 팽배해있다.

이런 외양은 정치상황의 변화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5·18 당사자가 아닌 새정부가 들어섰고 시대흐름이 현실개조로 가닥을 잡고 있어 광주문제는 더이상 적당히 덮어둘 사안으로 남지 않아도 될 분위기다. 특히 김영삼대통령이 5·18 당시 야당 지도자로서 탄압을 받은 피해자였다는 점도 문제해결의 단초로 작용하고 있다.

광주의 5·18 관련단체도 정치상황의 변화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광주 현지에서는 『이번에 5·18 문제를 매듭짓고 앞으로는 지역발전 등의 미래지향적 과제에 매달려야 한다』는 여론이 커가고 있다.

이처럼 여건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조성되고 있다. 마치 5·18이 비극의 상징에서 새로운 정치사의 시발로 전이될 분위기다.

그러나 총론과는 달리 각론에서는 여전히 난제들이 적지 않다. 구체적 해결책을 놓고 정부와 광주 단체간에 이견이 남아있는 것이다. 정부 내부나 광주 단체안에서도 불협화가 노출되기도 한다.

하지만 대세는 『사소한 차이는 상호 양보로 풀고,5·18을 완결해야 한다』는 방향이다. 때문에 적정한 해법을 도출하기 위한 「물밑노력」이 진지하게 전개되고 있다.

정부는 재야출신인 김정남 교문수석과 80년 당시 광주시장이던 김양배 행정수석을 축으로 다각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김정남수석은 재야의 목소리를 주로 듣고 김양배수석은 광주의 검토안 등 계통을 밟아 올라오는 여러 대안을 취합하고 있다. 여기에다 김덕룡 정무 제1장관도 다양한 채널을 통해 현지여론을 수렴하고 또 광주의 재야 지도자들에게 협조를 당부하며 설득을 계속하고 있다.

민자당도 당차원의 건의서를 만들어 정부측에 전달하는 성의를 보이고 있다. 이 건의서는 이환의의원(광주시지부장) 등 광주시지구당 위원장들이 현지 여론을 토대로 만든 것으로 수용가능 사안과 불가능한 사안으로 정리돼있다. 이 의원 등은 지난 16일 김종필대표에게 이를 보고하고 당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기도 했다.

현재 정부와 민자당이 일차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사안은 5·18 관련단체의 5원칙과 15개 요구사항.

5원칙은 지난 1월 5·18 민주항쟁연합회가 채택한 것으로 진상규명·책임자 처벌·피해보상·명예회복·기념사업 추진 등이다. 5·18 관련단체는 이어 김 대통령의 광주방문에 앞서 2월13일에 다시 모여 구체화된 15개 사항을 도출했다. 이중 최우선적으로 제기된 1,2,3항은 특검제 도입을 통한 진상규명,새로운 특별법 제정,발포 책임자 등에 대한 고소·고발이다. 이들 3개항은 5원칙중 진상규명·책임자 처벌과 맥을 함께 하고 있다.

그러나 특검제·진상규명·책임자 처벌은 광주청문회 때처럼 엄청난 소용돌이를 일으킬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수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더구나 재산공개 파문으로도 정치권이 휘청거리는 마당에,5공 주도세력에 대한 수사와 단죄는 정치판 전체에 또다른 파문을 몰고올 우려가 적지 않다.

따라서 정부는 성명·백서 등을 통해 어느정도 명분을 살리는 선에서 진상규명 문제를 매듭짓고 보다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입장이다.

광주 관련단체들도 다소간 이견은 있지만 정치판 자체를 흔들지 말자는데는 공감하고 있다. 한 현지의 재야인사는 『광주시민들이 최근 다시 TV뉴스를 보고 있다. 그만큼 새정부의 개혁정치가 응어리를 풀어주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소극적이나마 협조적 분위기가 잉태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대신 피해자들의 명실상부한 명예회복만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게 현지 여론이다. 당시 구속자에 대한 보상·복권,5·18의 시기념일 지정,망월동 묘역의 확장조성 및 성역화,기념관 건립,부상자의 영구치유,미신고자의 재신고·심사 등이 현실적인 대안들이다. 정부도 이들 사안은 수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정부는 해결방안이 광주 현지에서 수용될 경우 김 대통령의 광주방문과 망월동 참배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3월 김 대통령의 망월동 참배가 남총련 학생의 돌발시위로 무산됐듯이 정부와 광주 관련단체의 합의안 마련이 어떤 돌발변수로 시련을 겪을지는 모를 일이다.

지금 양측이 진지하고 소리없이 의견을 조정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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