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출입 예사… 임진강 단체소풍까지국립교육평가원 학력고사 출제본부의 보안상태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문제지나 정답지를 빼낼 수 있을만큼 빈틈 투성이였다.
출제본부와 보안관리 지침에는 외부와의 접촉을 일절 차단하고 부득이한 경우 보안위원과 경비경찰의 감시하에 출입 및 전화통화를 할 수 있게 돼있으나 실제로는 곳곳에 구멍이 뚫려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가장 큰 허점은 합숙에 들어가기전 출제본부 요원들의 소지품검사를 철저히 실시하지 않은 것. 국립교육평가원 소속 관리위원들은 1년에 길면 70일 정도 함께 「연금생활」을 하는 처지라 보안업무를 맡은 보안위원들이 동료들의 소지품검사나 몸수색을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사건이 처음 터졌을때 평가원측은 김광옥장학사(50)가 숨겨들어간 핸드폰으로 정답안을 알려준 것으로 판단했었다.
또 외출할때는 반드시 출제위원장의 승인을 받아 보안위원회 및 경비경찰과 동행토록 규정돼 있으나 이 지침도 엄격히 지켜지지 않았다.
김 장학사 후기 출제기간인 1월20,21,23일 3차례 문제지 인쇄 등의 업무로 보안위원 및 경기경찰과 함께 외출한 것으로 출제본부 일지에 기록돼 있다. 그러나 팔레스호텔 관계자들을 『김 장학사가 출제 및 답안지 작성이 끝난뒤 출제위원들에게 틀어줄 비디오 프로그램을 호텔 객실장에게 알려주기 위해 몇차례 호텔로비까지내려왔다』고 증언하고 있다. 따라서 이때 숨겨갖고 나온 문제지와 정답지를 로비에서 건네주었을 가능성도 크다.
출제본부가 구성된뒤부터 대입시가 끝날 때까지는 모든 출제본부 관게자들의 외출이 원칙상 금지돼 있고 평가원 여직원이 운영하는 자체매점이 있는데도 인근 조달청 매점에 경찰과 함께 나가 과일 등을 사오거나 비디오테이프를 빌려 오기도 했다.
합숙자들은 시험출제가 보통 10여일 정도면 끝나기 때문에 그 이후의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인근 비디오대여점에서 매일 8개씩을 빌려왔는데 테이프는 하오 10시전에는 사우나실,10시 이후에는 음향실의 기기를 이용,상영됐다.
호텔 객실과장 이흥복씨(43)는 『전기인지 후기인지 확실치 않지만 평가원 관계자가 호텔에서 구하기 힘든 고단백 영양제를 요구해와 경찰과 함께 밖으로 나간적도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문제지 및 답안지 작성을 마치고 후기대 학력고사일을 1주일 앞둔 1월22일 출제본부 관계자들이 단체로 버스 3대를 대절,임진강 근처의 「폭포수 양어장」으로 소풍을 가 「소주파티」를 벌인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 소풍은 출제위원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기획위원인 김 장학사가 일정 및 장소를 정한 행사인데 정작 김 장학사는 소풍당일 출제본부에 남아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출제본부 관계자 대다수가 빠져나가 보안이 더욱 허술해진 틈을 타 정답지와 문제지를 유출했을 가능성이 높다.<장인철기자>장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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