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인 18일 하오 5시께 부산 사하구 사하국교.방금 끝난 이 지역 보궐선거 합동연설회에 왔다가 발길을 돌리는 1천여명의 청중들중 유난히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이날의 유세는 청중들로 하여금 선거문화에 대한 통념과 현실의 변화 사이에서 충격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 시점이 지난해 3월 14대 총선으로부터 불과 1년여밖에 안된다는 점이 충격의 강도를 더욱더 높여주는듯했다.
변화의 충격은 유세장의 단골 풍경들이 사라진데서 우선 비롯됐다.
유세 시작전 각 후보진영의 경쟁적인 연호와 구호,박수의 「소란」이 사라졌다.
후보들은 언제 들어왔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하게 유세장에 입장했다.
후보들의 연설이 시작된 뒤에도 유세장 분위기는 좀처럼 뜨거워질 줄을 몰랐다. 꽹과리 북 피켓 박수부대 응원단장 등 유세장의 「감초」가 자취를 갖추었음은 물론이다.
후보들이 연설하는동안 선관위 직원들은 한껏 「여유」를 구가했다.
선관위가 준비했던 『후보들은 인신공격 등 불법적인 연설을 삼가달라』는 경고문안은 유세내내 한번도 방송되지 않았다.
한가하기는 유세장의 경찰들도 마찬가지였다. 연단과 청중간의 「인의 장벽」,전경들의 삼엄한 경비,「경찰봉」들의 행진은 마치 먼 옛날의 풍경처럼 아스라했다.
이에 비해 달라지지 않은 점도 있었다. 후보들의 면면과 유세내용이 대표적이다. 뚜렷한 정치적 비전과 신념도 없는듯이 보이는데 또다시 출마한 「단골」후보. 건전한 정견제시보다는 단순히 시류에 영합하려는 안이한 연설내용 등이 어렵게 유세장을 찾는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하지만 이런 모든 변화를 정치판의 개혁과 탈바꿈으로 쉽게 정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생각도 들었다. 개혁보다는 국민의 극심한 정치불신에 주목하는 의견이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이라는 지역적인 특수성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판·유세장이 달라졌다는 사실 자체를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더구나 그 방향이 건전하고 차분하고 긍정적인 것이라면 이제 이 싹이 더욱 확고히 뿌리 내리도록하는 작업에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부산에서>부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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