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일본인 자원봉사대원이 피살되고 폴포트파가 다음달 총선거를 보이콧,게릴라전이 재발되면서 일본정부는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여있다.자위대 파병으로 정치·군사대국임을 과시하려던 꿈이 물거품이 될지 모른다는 초조감이다.
지금 일본측이 가장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은 시아누크 캄보디아 최고국민평의회(SNC) 의장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그는 지난 14일 평양으로 가 김일성주석의 생일잔치에 참석했다.
캄보디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결정적인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SNC 의장인 그가 하루 이틀의 여행도 아니고 이달말에야 귀국한다니 일본측은 기가막힌다는 표정이다.
일본정부는 지금까지 시아누크에게 엄청난 공을 들여왔다. 70년 론놀의 쿠데타로 쫓겨나긴 했으나 4개 정파가 벌이는 주도권 싸움에서 캄보디아 국민의 「인지도」가 가장 높은 시아누크를 미는게 인도차이나반도에 정치·경제적 교두보를 구축하려는 일본의 원대한 구상에 가장 부합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지난 30년대 「대륙경영」을 위해 청조의 「마지막 황제」 부의를 만주국왕으로 앉혔던 일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지금 일본은 시아누크에게서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는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시아누크는 우리에게도 실망감을 주고 있다.
『캄보디아는 한국과의 국교수립을 단연코 반대한다』고 그는 말하고 있다.
이유는 주한미군이 통일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국제정세 판단력은 그 다음말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캄보디아와 나는 핵무기에 대한 김일성주석의 입장을 언제나 지지한다』
유엔캄보디아 잠정통치기구(UNTAC)의 도움으로 재집권을 노리는 그가 유엔안보리가 문제삼고 있는 북한 핵문제에 대해 가지고 있는 견해가 이렇다. 그가 김 주석과 호형호제하는 사이라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경제」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계속에서 한국의 경제협력도 거부하겠다는 그의 사고방식은 아직도 냉전시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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