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곳곳에,특히 공직사회에 온갖 투서가 난비 횡행하는 중이라고 한다. 정권이 바뀌는 사이에,특히 사정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사이에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 투서행위이다. 청와대와 감사원·검찰 등 정부내 사정기관들은 물론 여러 언론기관에까지도 상당한 분량의 투서가 매일같이 수북이 날아들고 있는 실정이다.지난 1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투서행위 범람의 폐해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영수 민정수석비서관은 『개혁추진과 관련,악의에 찬 투서나 모함사례가 있으며,일부 공무원이 무사안일의 자세를 취하거나 지나치게 원칙주의를 적용해 국민들의 불평을 사고 피해를 주는 경우가 있다』고 보고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요즘 여야 정치인들을 포함한 공직사회 전반을 비롯 금융권·재계·군·대학에 이르기까지 사정의 찬바람에 추위를 느끼지 않는 곳이 없으며,그중에서도 투서에 의한 「유탄」이 가장 큰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한다. 근래 잇달아 폭로되고 파헤쳐지는 엄청난 부정·비리들도 처음 단서가 투서로부터 비롯된 것이 적지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들이 무사안일,원칙주의로 흐를 수 밖에 없는 까닭을 짐작할만한 사태인 것이다.
물론 순수하고 정확한 제보는 썩은사회를 개혁하고 묵은비리를 쓸어내는데 결정적으로 도움이 되는 활력이다. 떳떳한 고발정신은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나가는데에도 필수적인 장치가 된다. 문제는 몰래 숨어서 뒤통수를 치는 「익명의 투서」다.
우리는 투서행위 그 자체를 매도하고 싶지 않다. 실체도 근거도 없는 음해와 중상의 우면·익명투서에 문제가 있을 뿐이다. 유언비어같은 단 한번의 뜬소문이라 할지라도 당하는 쪽은 날벼락을 맞게 마련이다. 발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도 했지만,요즘 세상에서 소문의 속도와 확산의 범위는 순간적이면서 엄청나다. 게다가 자칫 잘못 걸려들면 늪에 빠진듯 헤어나지 못하게 된다. 생사람 잡는다는 말이 이런 것을 두고 한 것이 아니겠는가.
익명의 투서는 증거력이 없을뿐 아니라 너무나도 반윤리적 속성을 지닌다. 설사 그 투서가 진실의 개연성을 지니고 있다해도 이용하거나 믿어서는 안된다. 동기가 불순하기 때문에 결국 개혁과 사정의 걸림돌이 되고 말 것이다.
우리는 관계당국에게 무기명이란 익명의 투서는 일체 무시·배척할 것을 요구한다. 개혁과 사정의 혼선을 막고 개인의 인격과 권리의 보호를 위해서도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 나아가서 이런 방침을 크게 공표할 필요가 있다. 질나쁜 악의의 투서에 대해서는 단죄의 의지를 아울러 보여야 한다.
부정과 비리의 척결이 선의의 희생자를 낸다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다. 검은 투서가 아닌 밝은 고발정신이 자리잡은 사회가 민주주의사회다. 모함은 반드시 응징받는다는 사회윤리의식의 고양이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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