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미 귀국전 미·동유럽 순방계획도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영국에 유학중인 김대중 전 민주당 대표가 당초 예정대로 오는 6월말 귀국한다.
김 전 대표는 한때 8월말 귀국하는 문제도 검토했지만 예정대로 6월 귀국을 결심했다는게 최근 영국을 다녀온 민주당 의원들의 전언이다.
김 전 대표는 케임브리지대 출판부에서 서적출판을 의뢰받은데다 모스크바대로부터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이 있어 귀국연기를 검토했다. 특히 권노갑 최고위원 조승형 전 비서실장 등 측근들이 「개혁정국」을 들어 귀국연기를 건의하기도 했다. 이로인해 그의 귀국시기를 둘러싼 여러 추측들이 나돌았다.
그러나 김 전 대표는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기 위해 이를 백지화했다는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한 김 전 대표의 입장은 『정계를 떠난 이상 정치와는 무관하며 따라서 정치상황에 관계없이 예정대로 귀국하겠다』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고 한다.
김 전 대표를 만나고 돌아온 의원들에 의하면 그의 생활은 철저히 연구활동 위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기상시간은 국내에서처럼 상오 6시. 이어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등 현지 신문 3가지를 숙독한다. 김 전 대표는 국내 신문을 보기도 하는데,국내 신문들은 약 일주일정도 늦게 도착한다고 한다.
아침식사는 이희호여사가 준비하는 조촐한 한식 메뉴. 김 전 대표는 현재 30평 규모의 연립주택형 빌라에 세들어 살고 있다. 연구활동을 하는 클레어 홀 칼리지의 국제문제연구소까지는 도보로 10분거리. 그는 집근처를 산책한뒤 걸어서 이 연구소에 「출근」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
연구소에 도착하는 시간은 어김없이 상오 9시. 그는 하오 6시까지 줄곧 연구작업에 몰두한다. 연구테마는 유럽통합 및 한반도와 독일 통일.
그는 때때로 런던의 석학들과 정치사회 발전문제 등을 화제로 폭넓은 대화도 갖는다. 상대는 이 대학의 앤터니 기든스 교수나 옥스퍼드대 일본문제연구소장 스타클린 교수,랄프 다렌도르프 교수 등이라고.
점심식사는 교수 등과 어울려 연구소 구내식당을 이용한다. 그러나 여의치 않을 때는 이 여사가 도시락을 가져다주기도 한다는 것.
김 전 대표는 최근에는 장성민비서를 통해 남북한통일 관계자료집과 북한의 정치변동에 관한 논문 60여편을 구해오도록 했다.
또한 존 던 교수의 「민주주의」,중국전문가인 솔즈베리의 「새로운 제국」 등 원서를 구해 읽고 있으며 피카소의 「자서전」,「닥터지바고」 저자 파스테르나크의 최신 소설도 읽고 있다는 소식이다.
김 전 대표는 자신을 만나러오는 측근 의원들에게 『공부하라』는 당부를 빼놓지 않고 있는데,최근 영국을 다녀온 권 최고위원은 김포공항에 내리자마자 마중객들에게 『공부하라더라』는 일성을 터뜨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 전 대표는 정치인 등 연구활동 관련이외의 사람들은 일체 접촉을 삼가고 있다. 지난달 20일 런던을 방문한 김윤환의원이 전화로 면담을 요청했으나 『무수한 억측이 있을 수 있으니 가능한한 만나지 않는게 좋겠다』며 거절한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
김 전 대표는 최근 미국의 뉴욕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지에서 원고기고를 요청해왔으나 『글을 기고하게 되면 어떤 식으로든지 정치에 관여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며 정중하게 거절했다고 측근이 전했다.
김 전 대표는 귀국전까지 4월말 미국 유니언 신학대를 방문해 유니언상을 수여받은뒤 브뤼셀에 들러 유럽공동체와 유럽의회 지도자를 만날 예정이다. 이어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리는 세계지도자 회의에 참석하고 5월경에는 동유럽을 방문할 계획이다.
한편 김 전 대표의 귀국후 거취도 관심사. 현재 김 전 대표의 생각은 남북통일문제 등을 주제로 한 저술활동에 전념한다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를 위해 김 전 대표는 동교동 자택과 별도로 서울근교에 따로 장소를 물색해보라고 측근들에게 당부,이들이 적당한 장소를 알아보고 있는중. 이곳은 서울에서 1∼2시간 정도 거리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권대익기자>권대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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