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 소지품 검사안해 「부정연락」 가능/인력 태부족… 잦은 「감금」에 기강 무너져92학년도 서울신학대 시험지 도난사건에 이어 93학년도 전후기대 입시에서는 학력고사 정답안이 사전유출된 사실이 밝혀져 각종 국가시험의 출제 및 관리를 맡고 있는 국립교육평가원(원장 박병용)의 고사관리 업무가 허점투성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립교육평가원은 대통령선거 다음으로 큰 행사라는 전후기 대입시험을 비롯,국비유학생 선발시험,독학에 의한 학위 검정고시 등 25개 국가시험을 출제하고 관리하는 교육부 산하 중요기관이다.
그러나 전체인원은 교육전문직 66명 일반직 46명을 포함,모두 1백36명에 불과하다.
평가기획부 출제관리부 고사운영부 학위운영부 등 4개 부서가 독립청사도 없이 한성과학고 빌딩에 더부살이하고 있다. 대입 학력고사는 출제관리부 사회교과실 소관이다.
정답안을 빼낸 김광옥장학사(50)는 바로 이 사회교과실 소속 초등장학사로 올해 후기대 입시에선 기획관리위원을 맡았었다.
평가원측은 지난 1월12일부터 29일까지 서울 팔레스호텔 3∼7층을 빌려 후기대 입시 출제본부를 차리고 출제위원(교수) 70명,검토위원(고교 교사) 30명,교육평가원 직원인 관리위원과 보조인원 등 36명,경비경찰 10명 등 총 1백45명이 합숙하며 출제작업을 했다.
전후기 대입시때 모두 출제기획관리위원이었던 김 장학사는 출제에서 문제지 편집,답안지 작성,인쇄 등 모든 과정의 업무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지원하는 일을 맡았었다. 특히 답안지 작성이 끝난뒤에는 출제 부위원장과 단둘이 각 대학에 보낼 정답안을 복사했기 때문에 생선가게의 고양처럼 쉽게 정답안을 빼낼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김 장학사는 어떻게 차단된 출제본부에서 외부로 정답안을 유출시킬 수 있을까.
출제본부가 구성되면 입시가 끝날 때까지 전원이 외부와의 접촉을 일절 차단당한채 감금생활을 한다. 올해의 경우도 출제본부인 팔레스호텔에는 경찰이 상주,철통같은 경비를 했다. 출제본부에서 사용하는 3∼6층 출입구와 비상통로에는 경비경찰이 2명씩 교대로 출입을 통제했고 심지어 엘리베이터도 3∼6층에선 서지 않았다고 당시 이 호텔 총괄 지배인이었던 홍성철씨(44·현 당직과 대리)는 말했다.
홍씨에 의하면 전화는 출입구 안쪽에 단 1대가 설치돼 있었으나 항상 자물쇠를 채워놓고 보안근무조 2명이 교대로 지키고 있었고 어쩌다 평가원 등과 통화할 때는 관리위원중 대표가 지켜봤다. 따라서 출제본부의 규칙이 제대로 지켜졌을 경우 김씨가 전화를 이용해 외부로 정답안을 유출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출제본부 합숙시 소지품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김씨가 휴대전화를 통해 외부와 연락을 취했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당시 팔레스호텔의 총괄 지배인이던 홍씨는 이와관련,『경찰이 외부 보안에는 철저를 기했으나 평가위원 관계자들이 출입할 때는 소지품 검사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평가원측은 이번 사건이 터진뒤에야 「출제본부 요원에게는 휴대용 전화기 소지여부를 철저히 검사하라」는 보안지침을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 정답안 유출사건은 25개에 달하는 국가고사를 관장하는 국립교육평가원의 인력이 업무의 중요성에 비해 터무니없이 작고 그로인해 잦은 「감금생활」에 시달려온 직원들의 근무기강이 해이해진데서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입시를 몇달 앞두고 출제본부를 급조하는 현재의 입시관리체제를 근본적으로 개선,선진국처럼 문제은행을 설치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김현수·남경욱기자>김현수·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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