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가게의 고양이도 이보다는 낫지 않을까. 사람의 탈을 쓰고,아니 그것도 교육전문직이라는 장학사가 대학입학 학력고사 문제의 정답을 두차례나 수험생에게 알려준 사실이 밝혀졌다. 기가차는 범행이다. 어쩌면 그럴 수가 있을까.국립교육평가원은 대학진학 수험생들의 학력고사 출제와 정답관리를 책임진 국가기관이다. 국가공무원 1급인 관리관이 원장을 맡고 있는 교육부 산하의 첫번째 주요기관이다.
평가원이 맡은 대학입학 학력고사의 출제와 정답관리는 더없이 엄정해야 한다. 한치의 실수나 비밀누설도 허용될 수 없는 이유는 명쾌하다. 90만명이 넘는 수험생들이 대학과 전문대학을 가고 못가는 판단의 잣대가 바로 그 시험이기 때문이다.
4명중 1명만이 4년제 대학을 가야 하는 비좁고 비정한 입시지옥이 우리의 현실이다. 지옥과 천당을 가르는 것과 다름없는 척도에 한점의 하자라도 있다면 누가 그 판정에 승복을 하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92학년도 후기대학 입시문제지가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후기대학 시험을 20일 늦추고 다시 출제를 해야했던 것이다. 그처럼 중요한 학력고사 정답을 관리하는 장학사가 답안을 누설할 정도였다면 교육평가원의 신뢰도는 부정입학을 자행한 비리 사학재단과 무엇이 다르다 하겠는가.
아직은 정답누설 규모가 한명의 수험생에 국한됐다고 한다. 누설자도 담당 장학사 한명뿐이라고 한다. 그게 사실이라면 불행중 다행이랄 수 있다. 만에 하나 교육평가원의 정답누설 범행이 조직적이고 구조적으로 저질러졌다면 그것은 경천동지할 사건이다. 제발 단 한명의 단순 범행으로 그쳤기를 바랄뿐이다.
어찌됐건 교육부는 그동안 제몸 다스리기도 실패했다는 것이 이제는 분명해졌다. 그러한 교육부가 하물며 어떻게 교육계와 사학재단을 다스릴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어찌할 것인가. 본부의 국장급 물갈이만으로는 아니 되겠다는게 우리의 생각이다. 또 행정직만이 아닌 교육전문직(교육연구사·장학사·장학관)중에도 걸러낼 관리가 없는가를 다시 봐야 한다.
사람만의 교체로도 안될 것 같다. 제도를 개혁해 비리와 부정이 끼어들 소지를 없애야 한다. 국민들의 잘못된 교육관도 바로 잡아야겠지만 교육부 관리와 교육계의 의식개혁을 먼저 착수해야 한다. 사람을 아무리 바꾸고 제도적 장치를 아무리 마련한다해도 결국은 그것을 관리하는 것은 사람이다. 그 사람의 생각과 의식이 바르지 못할 때 부정과 비리를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교육개혁은 그래서 의식개혁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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