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고인이 된 전 문교부장관에게서 직접 들었던 말이 새삼 기억난다. 퇴임후 얼마만엔가 그의 집에 갔을 때다. 『국장들은 이무기 같아. 내가 아무래도 국장들에게 속았던게 분명해…』 무슨 얘기끝에 이런 말을 그가 털어놓게 되었는지는 생각이 안난다. ◆벌써 13년전에 있었던 대화였으니 앞뒤 말을 모두 잊어버렸다. 유추해본다면 장관을 1주일 모자란 2년을 했는데도 퇴임해서 되돌아보니 과객 취급만을 당한 것 같아 섭섭함을 넘어 배신감까지 느낀다는 표현이었던듯하다. 재임중의 그는 결코 무능장관이 아니었다. 본래 정치인 출신으로 다른부처 차관과 장관경력이 2번이나 있었다. 좋은 인품에 학식과 덕망을 겸비했었고 외교관 경험까지 있었다. ◆재임중의 그는 부내 관리들을 꽉 장악하고 소신껏 정책도 추진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했던 그 장관마저도 퇴임후의 느낌이 「속았다」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하물며 상아탑에서 학문연구나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느라 세상물정이 어두운 교수출신이나 총장출신이 장관으로 왔을 때는 어떠했겠는가. 터줏대감 그룹인 고위관리들이 순진무구한 장관을 눈가림하기야 식은죽 먹기였을 것 같다. ◆그 때문에 교육부의 학사감사는 잘못한 일을 적발해 시정하기 위한 것이 못되고,잘못을 덮어주고 함께 살아가는 식이 됐는지도 모를 일이다. 더욱이 장관들중에는 스스로가 부정과 비리 사학의 바람막이 노릇까지한 경우도 있다니 그 교육부가 교육계 비리를 척결해주기를 바란 것부터가 잘못이다. ◆교육부는 16일 터줏대감과도 같은 국장급 고위관리들의 절대다수를 지방 시·도교위나 국립대 사무국장 등으로 전보시켰다. 곧이어 서기관과 사무관급의 대폭 물갈이도 예고돼있다. 사상 최대의 인사개혁이다. 물이 괴면 썩는다. 사람도 한자리에 오래 머물면 부패하게 마련이다. 때가 안묻은 참신한 인재들로 교체함은 그래서 당연하다. 교육부의 이번 사람교체가 진짜 인사만사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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