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희생자」 40·50대 필독서「청빈의 사상」이란 책이 일본 독서계에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9월 발생이후 곧 베스트셀러 대열에 진입한 「청빈의 사상」은 지난달말까지 60만권이 넘게 팔려 1백만원 돌파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이 책의 매력은 불황속에서 살아가는 일본인들의 마음에 안식처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저자인 나카노 고지(중야고차)는 전 국학원대 교수로 인기 소설가이자 평론가.
그는 이 책의 제1편에서 옛 일본인들의 청빈한 삶의 계보를 소개한후 제2부에서 「이렇게 살아보자」고 제언했다.
저자가 원래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외국인들에게 일본문화를 소개하려는데 있었다.
일제상품이 전세계에 깔려있고 일본인 여행자가 세계 곳곳을 누비고 있지만 「일본인은 얼굴이 없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어 외국인들에게 일본문화의 진수를 보여주겠다는 의도였다.
그는 청빈한 삶의 귀감으로 12세기의 대시인 사이교오(서행),14세기의 유명 시집 「도연초」의 작가 요시다겐코(길전겸호),17세기 예술가 혼아미 고에쓰(본아약광열) 등을 열거했다.
이밖에도 일본의 최고 하이쿠(배구) 시인 바쇼(파초),18세기 승료 료칸(양관),화가 이케노 다이가(지대아)도 등장한다.
저자는 이들의 일화를 통해 「안빈낙도」를 보여준다.
예를들면 승려 료칸은 돈과는 담을 쌓고 초가집에서 걸식하며 평생을 보냈고,명문가의 무사출신인 사이교오는 성프란시스코처럼 세속의 삶을 버리고 출가,자연속에서 시를 읊으며 살았다.
이 책은 본래의 출판의도와는 달리 국내서부터 인기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풍요속에서 방만한 생활을 해온 60세 이상 남성층에서 호응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말부터 일본기업들이 불황타개를 위해 40·50대 중간관리층을 대거 희생시키자 이들의 필독도서로 자리를 잡았다. 또 「거품경제」하에서 과소비에 앞장섰던 일부 부유층 여성들도 그 반성인지는 모르나 열심히 읽어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때문에 니혼게이자이(일본경제) 신문은 최근 이같은 「청빈붐」이 소비를 억제해 오히려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을 정도다.
물론 동경에 주재하는 한국상사맨들도 많이 사본다. 그보다 어느 기업의 동경지사장은 최근 책을 사서 서울본사 사장에게 선물하려던 계획을 포기했다.
사정한파후에 주눅이 들어 있는 사장에게 공연한 오해를 살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동경=안순권특파원>동경=안순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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