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장 찾아가 읍소하니 “2천만원 되겠소”/대입 학원서도 소문… 딸이 부모에 알려○…경원학원. 경찰수사가 진행되면서 힘깨나 쓰고 돈푼깨나 있는 자들의 자녀들이 모여든 것으로 드러난 「오렌지나라」 같은 대학과 전문대.
이미 경찰에 연행돼 구속됐거나 조사를 받고 있는 93명의 부정입학의혹 학생들의 학부모중 일부인 20명의 경찰 조사과정에서는 기막힌 「대학 합격증 매매과정」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큰힘도 돈도 없는듯한 일부 학부모들의 청탁과정에서는 이 학원의 이사장 이하 교수·교직원들이 암표를 팔듯 입학증을 팔아먹고 있었음을 증명하는 에피소드들이 나온다.
○…15일 구속된 양덕희씨(51·여)는 「읍소형」. 양씨는 91년 2월 아들 이모군을 경원전문대에 보내기로 하고도 마음이 놓이질 않아 학교에 찾아갔다. 어느과로 원서를 넣어야 할 것인가. 양씨는 무턱대고 조용구 교학처장(56·구속)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느과에 지원시키면 합격할 수 있겠습니까』 조 교학처장은 아무말없이 양씨를 외면하는 듯했다. 양씨는 2시간여동안 눈물을 흘리며 앉아 있었다. 다시 나타난 조 처장은 물었다. 『2천만원을 준비할 수 있습니까』 『…』
양씨는 다음날 집에서 전화를 받았다. 『공업경영과가 가능한데 어떻습니까』 양씨는 조 처장에게 2천만원을 갖다주었고 아들은 합격했다.
○…15일 경찰청 수사2과에는 머리가 하얗게 센 70 노인이 연행돼왔다. 카키색 점퍼차림의 성을용씨(70)는 중풍기 때문에 절룩이며 조사실에 들어와 아들도 아닌 외손자 김모군을 합격시키기 위해 2천5백만원을 조 처장에게 주었다고 진술했다.
성 노인은 출가했던 딸이 백일도 안된 외손자를 업고 친정으로 돌아온뒤 이 아이를 사실상 키운 사람이다.
대입시를 앞두고 학교에 찾아간 성 노인은 중년 여인들이 걱정되는듯이 두런거리며 모여있다가 어느 방에만 들어갔다 나오면 얼굴이 환해지는 것을 보고 그 방을 찾았다.
성 노인은 방주인 조 처장에게 사정,2천5백만원을 주고 외손자를 경영과에 합격시켰다. 고령에 중풍환자인 성 노인은 불구속 입건됐다.
○…16일 조사받은 최경자씨(51·여)는 등산길에서 「교수 암표장사」에게 걸려들었다. 휴일 북한산에서 최씨는 휴식중인 한 무리의 등산객을 만났다. 이런 저런 이야기끝에 아들의 대입 걱정을 하던 최씨는 나중에 김 교수로만 알게된 남자로부터 『아들을 우리 학교에 보내시오』라는 말을 들었다. 최씨의 아들은 공업경영과에 합격했다.
○…15일 구속된 이양구씨(61·여)는 「앉은뱅이 점쟁이」로 알려진 이미경(31·여)이라는 여자에게 4천만원을 주고 아들 황모군을 체육과에 합격시켰다.
이씨는 돈만 주면 합격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 처장에게 돈을 건넸으나 이중 1천만원은 「톱질」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구속된 김선휘씨(68·삼양염업 대표)는 92년 입시에서 차남을 공업경영과에 합격시키기 위해 김용진 전 이사장(45·여)에게 1천만원을 주었다고 진술해 김 이사장이 직접 돈을 만지며 부정입학을 알선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정입학료는 오히려 더 낮았다.
○…이 학교의 부정입학 가능소문은 입시생들 사이에 파다하게 퍼져있던 모양. 구속된 장순복씨(55)는 딸(24)이 재수를 하며 다니던 학원에서 『1천만원만 갖다주면 경원전문대에 들어갈 수 있다더라』는 말을 듣고 오는 바람에 수갑을 차게 됐다.
장씨는 딸의 장담대로 부동산을 팔아 이 학교 박준용 무역과장에게 2천만원짜리 수표를 끊어다주고 사무자동화과에 딸을 합격시켰다.
○…수사담당자들은 전문브로커를 찾아내지 못한 변명처럼 이런 얘기들을 들려주며 씁쓸한 표정이었다. 한 관계자는 『돈을 주고라도 자식을 대학에 보내려는 마음은 알겠지만 그것은 인신매매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하종오기자>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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