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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강물(장명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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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강물(장명수칼럼)

입력
1993.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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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대통령은 최근 『개혁에 따르는 작은 역작용을 이유로 개혁을 중단하거나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이는 손으로 강물을 막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부동산을 갖고 있는 것이 고통이 되도록 세법을 포함한 관련제도를 획기적으로 개혁하겠다』고 선언했다.그가 대통령에 취임한지 50여일이 지났을 뿐인데,온나라가 그 산술적 시간을 까마득히 잊을 만큼 세찬 변화를 겪고 있다. 김 대통령은 야당 투사시절부터 이미 소문이 난 「감」과 돌파력으로 개혁을 밀고 나가 「개혁강물」을 이루는데 성공했다. 아직 그 강물이 도도한 흐름을 형성하지는 못했지만,거스를 수 없는 거센 물결을 이룬 것은 확실하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개혁강물에 빠져 익사했거나 허우적대고 있다. 3공이래 역사의 격랑을 헤치며 생존번영해온 역전의 노장도 침몰했고,대통령의 오른팔로 개혁을 추진하던 주체세력도 침몰했다. 국민적 지탄을 받는 사람,주변에서 아까워하는 사람,억울해하는 사람,후회하는 사람을 함께 삼킨 거센 강물이 문민시대를 관통하고 있다.

강가에 물구경 나온 사람들은 열심히 박수를 치고 있다. 『김영삼 잘한다』는 응원부대가 하도 요란해서 『아니다. 잘못하는 것도 있다』고 누가 말했다가는 몰매를 맞을 지경이다. 그러나 한편에는 아슬아슬,조마조마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봐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지만,개혁의 방법에 불안을 느끼면서 개혁이 실패할 경우 부작용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많다.

기득권층을 한묶음으로 개혁저항세력이라고 속단해서는 안된다. 집값이 오르는 바람에 「재산가」가 된 「가진 계층」도 대부분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그들은 우리 사회가 이대로 가서는 안된다는 위기감과 부패에 대한 참을 수 없는 혐오감을 품고 있다. 그들은 어떻게든 이번 기회에 개혁이 성공하도록 김 대통령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정회오리나 겁주기로는 개혁을 성공시킬 수 없다는 역사적 체험을 그들은 소중히 하면서 하루 빨리 「김영삼 개혁」이 법적·제도적인 장치를 갖추기를 기다리고 있다. 대통령의 돌파력에 의한 혁명적 개혁보다는 씨줄날줄로 정교하게 짜여진 개혁의 제도적 틀을 그들은 더 신뢰하고 있다.

『법과 제도개혁을 서두르겠다』는 대통령의 선언은 조마조마해하는 사람들을 어느 정도 안심시키고 있다. 대통령은 이제 무조건 박수치는 국민들을 뚫고 나와서 「비판적 지지세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박수를 안치는 사람은 기득권을 지키려는 저항세력이라는 선입관을 뿌리쳐야 한다. 진짜 저항세력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비판적 지지계층의 협조가 필요하다. 열광적 지지는 늘 성급한 기대를 갖는다는 위험을 인식하고,더 이상 여론조사의 지지율에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은 법치국가가 아니고 대통령이 다스리는 인치국가』라는 일본 매일신문의 논평은 일리가 있다. 이제 분위기를 잡는데 성공했으니 5년이라는 긴시간을 향해서 한장 한장 확실한 벽돌을 쌓아가야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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