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기업 과장들의 어깨가 축 늘어져 있다. 「고통분담」이라는 사회적 분위기 아래 기정사실화된 대기업 과장급 이상 관리직에 대한 재계의 임금동결 결의 때문이다.결의를 유도하는데 앞장섰던 경총에는 과장급 이상 임금동결이후 『너무 한 것 같다. 가장 일도 많이 하고 그만큼 불가피한 지출도 늘어나는 과장급 임금을 동결한다는 것은 현실을 도외시한 결정이 아니냐』는 불만섞인 호소를 해오는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한 대기업 과장은 비슷한 연배의 친구들과 만나면 어김없이 임금동결 이야기가 나온다고 했다. 『아이들은 학교에 입학해 교육비 지출이 늘고 명색이 대기업 과장에 걸맞는 「품위」를 요구하는 사회분위기 때문에 살기가 더 힘들다』는 푸념이 오고간 다음에는 『우리가 봉이냐』는 자탄으로 끝을 맺는다.
짧게는 7년,길게는 십수년씩 걸리는 험로를 거치고 관리직의 문턱에 겨우 올라선 사람들이 바로 과장들이다. 과장이 되면 직책수당이 몇만원 붙는 것외에 전결권 1차 인사고과평가권 등 초급관리자로서의 권한을 부여받게 된다. 그러나 권한에 따르는 책임과 지출은 그보다 몇곱절이 된다는 것이 일선 과장들의 이야기다. 물론 이들이 「내몫」만은 챙기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은 아니다. 몇% 정도야 받아도 그만 안받아도 그만인 기분상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흔히들 과장급을 기업의 기둥이니 허리니하고 부르고 있지만 지금 돌아가는 분위기는 이런 과장들의 위치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 같아 더욱 불쾌하다는 것이 이들의 토로다.
대기업의 한 과장은 『재계나 정부가 좀더 전향적이고 유연한 자세를 가졌더라면 과장급들이 기분좋게 능동적으로 임금동결에 동참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임금동결 움직임이 강제로,피동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대해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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