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4일 최형우 민자당 총장의 사퇴와 관련,관계자들이 모두 되도록 말을 삼간채 침통한 분위기였다.개혁 주체중의 주체가 개혁대상이 돼버린 아이러니컬한 사안 탓도 있지만 최 총장이 차지하는 여권 역학구도내의 「무게」도 작용하는듯 했다. 또한 김영삼대통령의 개혁드라이브에 뜻밖의 차질이 있지나 않을까하는 우려도 있을 것이다.
한 관계자는 『개혁을 시기하던 수구세력은 「개혁정책의 허리가 잘렸다」고 좋아할지 모르지만 김 대통령이 어떤 역정을 거쳐왔느냐』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이날 상오 9시45분께 박관용 비서실장 주돈식 정무 김영수 민정수석으로부터 자세한 내용을 보고 받았다. 박 실장은 『김 대통령이 아무말 없이 듣기만 하셨다』고 전했다.
분위기가 그대로 감지되는 전언이었다. 이때는 최 총장이 당에서 사퇴를 막 표명한 시점이었다.
최 총장은 이날 아침 7시35분께 청와대로 와 박 실장 방에 들렀다. 그러나 박 실장이 본관에서 김 대통령이 주재한 통일안보 관계장관 조찬간담회에 참석중이어서 바로 만나지는 못했다.
조찬 참석중 쪽지로 연락을 받은 박 실장은 최 총장에게 본관으로 와 기다리도록 했다가 조찬이 끝난후 7∼8분가량 최 총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최 총장은 경위를 설명한뒤 『대통령께 누가 돼 정말 괴롭다. 총장직을 그만두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사의를 표했다고 한다.
박 실장은 「최 총장이 대통령을 만났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만날 심정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이어 이날 하오 5시께 황명수 신임 사무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기 직전 최 총장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고 침통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고 이경재 공보수석이 전했다. 김 대통령은 최 총장이 『죄송합니다』만을 계속하며 울먹이자 처연한 표정으로 『어찌 그런 일이… 어찌 그런 일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는 것.
이에 앞서 이날 아침 박 실장은 본관에서 최 총장을 만난뒤 방으로 돌아와 수석회의를 주재했는데 회의도중 김 대통령으로부터 박 실장과 주 정무수석을 찾는 전화가 걸려오기도.
이경재 공보수석은 『회의에서는 변명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밝힐 것은 밝혀 정정당당히 한다는데 결론이 모아졌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언제 사실을 알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 민정수석은 『13일밤 최 총장 집에 기자들이 전화로 확인 취재를 해오자 부인이 전화로 알려와 알았다』고 했다. 박 실장도 13일밤 최 총장 부인과 통화했음을 밝혔다.
청와대는 이번 일이 기왕에 계획하고 있던 교육계 비리척결의 계기가 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김 민정수석은 『사안 사안에 대한 수사는 결코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며 제도개혁에 대한 국민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해 최 총장문제를 계기로 교육계에 대한 단호한 대수술이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최규식기자>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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