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 아닌 유탄… 인간적 동정”/후임인선에 계파간 희비 갈려재산공개 파문의 후유증에서 채 벗어나지 못한 민자당이 이번에는 예상치 못했던 경원대 사태에 휘말려 떠들썩하다.
당개혁에 관한한 김영삼대통령의 견인차로서 적지않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개혁일변도를 달려온 최형우 사무총장이 아들의 부정입학문제로 14일 도중하차했기 때문이다.
개혁의 칼을 높이든 개혁주도 인사가 과거의 비리로 인해 「개혁대상」에 오르게 됨으로써 일단 김 대통령과 민자당의 개혁이미지에는 흠집이 생겼다.
특히 김 대통령이 개혁에 관한 당의 소극적 자세를 연달아 질타한 시점이라 최 총장의 사퇴는 민자당을 더욱 어려운 지경으로 몰아넣고 있다.
당내에서는 그러나 이번 일로 개혁의 템포가 늦춰지기보다는 오히려 더욱 빨라지지 않을까 전망하면서 향후 정국추이를 주시하는 분위기이다.
○…최 총장은 이날 상오 7시께 보도진들이 아들의 경원대 부정입학 사실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성산동 자택으로 찾아오자 『나중에 얘기하자』면서 청와대로 직행했다.
최 총장은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검은 가방은 든채 집을 나서며 기자들에게 『나중에 당에서 만나자』면서 『사실이든 아니든 곧 나의 입장을 밝히겠다』고 짤막하게 말했다.
이어 최 총장의 부인 원영일씨는 기자들에게 『지난 90년 아들이 경원전문대 시험을 치른뒤 평소 잘 아는 교수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한 적은 있으나 남편은 그런 사실을 모른다』면서 『이 문제로 금품을 준 사실은 결코 없다』고 「적극적 청탁」이 아니었음을 강조했다.
○…최 총장은 청와대에 들른뒤 상오 9시30분께 여의도당사에 도착,고위당직자 회의에 10분간 참석한 다음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들에게 사퇴의사를 공식 표명.
최 총장은 확고한 결심때문인듯 비교적 담담한 목소리로 『남자로서 어떤 사항에 대해 구질구질하게 변명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뒤 『순수한 판단으로 사무총장을 그만두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거듭 강조.
최 총장은 그러나 자신의 심경을 밝히는 도중 『어제 저녁 눈을 붙이지 않고 여러가지 생각을 해본 결과 누구의 탓도 아니라 자식 둔 죄라는 것을 알았다』면서 『30여년간 정치외길을 달리다보니 가정에 대한 애정과 관심,분위기 조성 등을 등한히 했다는 사실에 아버지로서 가장 가슴이 아팠다』고 인간적 고뇌를 표출.
최 총장은 또 『우리 처가 내조를 잘 하려고 생각했는데 결과가 이렇게 돼 미안하다고 얘기할 때 처음으로 우리 처의 등을 두드리며 모든 것이 내 책임이라고 얘기했다』며 회한의 표정.
최 총장은 이어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대통령께 심려를 끼쳐 미안하고 국민들에게도 송구스럽다』고 거듭 밝힌뒤 『결과에 대해 조용한 마음으로 지켜보겠다』고 언급.
최 총장은 자신의 말을 마친뒤 기자들에게 『여러분도 자식을 가진 사람들이니 더이상 질문을 안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질문을 사절해 괴로운 심경을 노출.
○…최 총장 사퇴에 대해 민자당내 각 계파는 서로 엇갈린 반응. 최 총장을 「선봉장」으로 삼았던 민주계는 최 총장에 대해 「인간적인 동정심」을 표시하며 초상집 같은 분위기였다.
신상우의원은 『뭔가 해명하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지 않겠느냐』면서 일말의 「반전가능성」에 기대를 버리지 않는 모습이었고 서청원의원은 『선배의 일에 대해 우리가 뭐라고 말할 입장이 아니다』며 무거운 표정.
강삼재 제2정조실장은 『개혁의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 「유탄」에 의한 희생자가 생겨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지금 시점에 이런 사태가 발생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우려.
백남치 기조실장은 『이번에 문제가 된 아들은 최 총장이 유신시절 탄압받는 와중에 태어나 거의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 사정을 알게 되면 인간적으로 최 총장을 비난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동정을 보냈다.
이에 비해 민주계의 위세에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던 대부분의 민정·공화계 의원들은 『그렇게 될줄 알았다』는듯 「덤덤한」 반응.
한 민정계 의원은 『이번 사건으로 개혁이 자신을 키워준 주인을 개혁대상으로 삼을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라며 『요즘 의원들 사이에서는 「밤새 안녕하셨느냐」는 인사가 유행할 정도』라고 푸념.
다른 민정계 의원은 『그동안 일부에서 마치 당내에 개혁 「주체」와 「객체」가 따로 있는듯한 말을 해왔다』고 지적했고 공화계 의원은 『사람팔자 정말 알 수가 없다』면서 『대통령의 당내 최측근에게 이런 일이 생길줄 누가 알았겠느냐』고 통탄하기도.
○…최 총장의 사임발표후 당내에서는 후임 총장인선을 놓고서도 역시 계파간에 미묘한 의견차이를 노출.
그러나 하오에 민주계인 황명수의원이 신임총장으로 결정되자 다시한번 계파간에 희비의 쌍곡선이 연출됐다.
민주계 인사들은 황 신임총장 인선에 대해 「당연하다」는 견해를 보인 반면 민정계측에서는 『또 한번 우리들의 기대가 무너졌다』는 식의 아쉬운 반응.
한 민주계 인사는 『개혁의 일관된 추진을 위해서는 김 대통령의 뜻을 여과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민주계 의원이 총장이 되는게 당연하다』고 강조했으며 다른 민주계 의원은 『황 신임총장의 임명으로 개혁의 채찍이 더욱 강하게 휘둘러질 것임이 명백해졌다』고 분석했다.
이에 비해 은근히 총장직 배정을 기대했던 민정계의 한 의원은 『이번 인사에도 김 대표나 민정·공화계의 의사는 별로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면서 『황 신임총장의 성격과 자질로 보아 청와대의 당직할운영체제가 더욱 강화될듯 싶다』며 풀죽은 표정.<정광철·김광덕기자>정광철·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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