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한 일이다. 나는 몰랐다』고 주장하는 「억울한 남편」이 또 한사람 등장했다. 아들이 경원전문대에 부정입학했다는 소문을 확인하려는 기자들에게 13일 저녁까지 아니라고 큰소리치던 최형우 민자당 사무총장은 14일 『어젯밤 아내에게 물어보고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고백했다.부동산 과다보유나 자녀들의 편법·불법 물의를 빚은 공직자들중 여러명이 『그것은 아내가 한 일』이라고 발뺌하고,그 아내들은 『남편은 몰랐던 일』이라고 해명하는 사례를 우리는 계속 지켜보고 있다. 이런 현상을 칼럼에 썼을 때(3월30일자) 부인들 몇명이 나에게 전화를 걸고 『우리나라 남자들의 출세제일주의가 바뀌지 않는한 아내들은 혼자힘으로 가정을 이끄느라고 계속 무리를 하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령의 아내는 이렇게 털어놓았다.
『정동호의원의 부인이 민자당에 찾아가 소란을 피운 것은 잘못이다. 그러나 그가 군인의 아내였기 때문에 나는 그를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다. 군인 아내들은 대부분 눈물나게 살아왔다. 회식비다 뭐다 떼고나면 남편 월급봉투는 늘 텅 비어있다. 아내는 연탄살 돈이 없어도 남편은 승진에 지장이 있을까봐 아랫사람 윗사람에게 온갖 인사를 다 차리고 대접도 해야한다. 아내 혼자 어떻게든 살림을 꾸려야 하는데,친정에 돈이 있었다면 땅을 사뒀을 것이다』
한 공무원의 아내는 『남편이 밖에서 부정한 돈 안받도록 유능하게 내조를 잘한다고 알려졌던 부인들이 이번에 모조리 「남편 출세길막는 나쁜 여자」가 되었다. 그 유능한 여자들을 편들어 줄 생각은 전혀 없지만,「내조」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최형우의원의 아내도 『내조를 잘하려고 남편 몰래 아들의 입학을 부탁했었다』면서 남편에게 사과했다고 한다. 만일 부정입학이 탄로나지 않았다면,그는 공부가 시원치않은 아들문제를 남편에게 부담을 안주고 해결한 유능한 아내로 남아있지 않았을까.
출세한 남편을 둔 아내들중에는 남편의 출세욕에 진저리를 치는 사람들이 있다. 한평생 남편의 출세를 위해 「내조」를 해온 그 부인들은 이제 중년을 넘어서자 더이상 참지못해 불평을 터트리고 있다. 『남편에게 출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을까. 가족이 출세보다 과연 더 소중했을까』라고 그 아내들은 묻는다.
재산문제·자녀문제를 아내가 남편 모르게 처리하고 있다면 그 가정을 정상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개혁 회오리가 나라를 흔드는데,가정도 개혁을 해야한다. 남편들이 출세제일주의에서 벗어나지 않는한 아내들의 빗나간 내조가 계속되고,그 빗나간 내조는 결국 남편의 출세를 막는 걸림돌로 돌아올 것이다. 한국 남자들은 출세를 너무 좋아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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