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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대사 회견/외교가 큰파문/정부방침 위배 “국익상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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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대사 회견/외교가 큰파문/정부방침 위배 “국익상반”

입력
1993.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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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물급 4인 잇단 미·중·일·러시아 입장 대변최근 주요국 대사들이 현지에 부임하기전 기자간담회를 갖고 밝힌 「외교포부」들이 국익과 상반되는 부분이 적지않아 외교가에 만만찮은 파문을 낳고 있다. 파문의 당사자는 한승주 주미·공노명 주일·김석규 주러시아·황병태 주중국 대사 등 거물급 4인. 그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주한 외국대사인지,우리나라의 특명전권 대사인지를 착각하게 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우선 공노명 주일 대사는 사견임을 전제로 정부의 「표면적 방침」에 부딪치는 발언을 해서 물의를 빚고 있다. 공 대사는 지난 13일 『일본은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다. 국제사회는 일본이 거기에 걸맞는 국제공헌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일본의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밝혔다. 공 대사는 이어 『일본의 침략을 받았던 일부 국가들이 이를 반대하고 있으나 일본이 국제사회의 리더가 돼야 한다는데는 동남아국가들의 90%가 찬성하고 있다』고 논리적 타당성을 제시했다.

불과 2개월전에 『미국이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반대하지 않으며 한국도 같은 입장』이라는 외신보도가 있자 외무부는 즉각 『전혀 사실과 다른 오보』라며 『국민정서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부인한바 있다. 현재 외무부의 공식입장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이런 시점에서 공 대사의 「찬성」 발언은 마치 주한 일본 대사가 우리나라를 설득하기 위해 하고 싶었던 말을 대변한 셈이다. 일본 언론은 『즉각 잘했다』는 해설기사를 보도했다.

○…부임지의 입장을 배려하는데는 황병태 주중 대사도 뒤지지 않았다. 황 대사는 「워싱턴­북경의 등거리 외교」란 신조어를 사용하면서 대중국 외교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황 대사는 『우리의 외교가 지나치게 서구적 시각으로만 접근돼왔다』고 지적하고 『앞으로는 미국과 중국을 등거리에 놓는 외교정책을 펴겠다』며 의욕을 과시했다. 주한 미 대사관측은 이튿날 황 대사의 「진의」를 물어왔다.

황 대사는 이어 한중 경제협력과 관련,『일본은 중국에 절대 첨단기술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우리와 중국의 경제협력은 필연적이고 낙관적이다』고 밝혔는데 이는 지나치게 아전인수격 예상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기술을 손쉽게 넘겨줄 수 있을 것으로 예단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역시 주한 중국 대사의 입장을 옮겨놓은 듯한 인상이다.

○…김석규 러시아 대사는 『구 소련과 약속한 경협차관 30억달러 가운데 잔여분 3억3천만달러가 곧 집행될 것』이라고 사견을 밝혔다. 김 대사는 『러시아가 이미 지급받은 차관에 대해 매달 지급키로 한 이자도 제대로 내지 않고 있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러시아가 현금차관에 대해 이자로 지급키로 한 알루미늄이 막 컨테이너에 실릴 예정이며 소비재 차관에 대한 1∼3월분 현금이자도 곧 지불될 전망』이라고 예단했다.

○…한승수 주미 대사도 한미 통상마찰에 대해 『미국이 우리의 경제정책을 다소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미국의 대한 무역제재를 잘 이해해주려는 쪽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한 대사는 특히 쌀개방문제가 사실상 한미간의 이슈로 압축돼있음에도 『미국과 얘기할게 아니라 UR 등 국제관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미국식 논리를 전개했다.

○…김영삼대통령은 최근 재외공관장들을 청와대로 초청,외교적 자긍심을 크게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과거와 달리 정권의 정통성이 뚜렷이 확립된 만큼 어디서든지 당당하게 국익을 대변하라』는 요지의 「훈령」을 내렸다. 대통령의 훈령은 당연히 국익을 최우선시하되 대등한 동반관계를 구축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우리 외교의 4대축이라고 할 수 있는 미·중·일·러시아에 부임하는 대사들이 한결같이 자신들이 부임할 국가의 입장만을 부각시키려는듯한 자세는 문민정부의 외교정책과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실정이다.<정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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